한경협 조사에서 여성, 돌봄·가사로 퇴직·구직 포기 많아
중장년층이 재취업을 고려할 때 남성과 여성의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재취업 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임금 수준’을, 여성은 ‘근무시간’을 꼽았고, 퇴직·구직 과정에서도 성별에 따른 원인과 요구가 갈렸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4050 중장년 구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재취업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중 33.7%가 재취업 시 임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고, 이어 근무시간(28.0%), 고용 형태(15.3%) 순이었다. 반면 여성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6%는 근무시간을 최우선 고려조건으로 선택했고, 임금(20.5%), 직무 강도(11.0%)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근무시간을 중시하는 여성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한경협은 “가족 돌봄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주된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서도 성별 차이가 컸다. 남성은 ‘정리해고·권고사직’(22.5%)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육아·돌봄·가사’(43.2%)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퇴직 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유 역시 남성은 ‘휴식’(24.4%), 여성은 ‘돌봄·가사’(38.7%)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4050 중장년이 재취업을 희망하는 평균 연봉은 4149만원으로, 이는 퇴직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75% 수준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4447만원, 여성 3862만원으로 집계됐다. 희망 근무 연령은 평균 65.6세였다.
이들이 꼽은 재취업의 걸림돌은 ‘중장년 채용수요 부족’(31.8%)과 ‘나이로 인한 불이익’(24.5%) 순이었다. 고용 시장에서 나이와 경력단절이 여전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장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지출은 ‘생활비’(35.7%)가 가장 많았고, ‘자녀 교육비’(17.7%)와 ‘병원비’(16.9%)가 뒤를 이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76.3%에 달했다.
중장년층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재취업 지원정책은 ‘유연근무제 및 시간제 일자리 확대’(22.2%)였다. 이어 ‘직무교육 및 경력 전환 지원’(22.0%), ‘공공 일자리 확충’(17.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유연근무제에 대한 수요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여성 24.5% vs 남성 19.8%).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침체로 중장년층 고용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며 “경제의 허리인 4050세대를 위한 맞춤형 고용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중장년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