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엔 이미 25% 품목관세…상호관세와 중복되진 않을 듯
반도체는 상호관세 예외품목에…전략물자 가치 고려한 듯
배터리·기계류·석유제품 상호관세 부담…현지 중간재 조달비용도 가중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강경 기조에 따라 국내 대미 수출 품목의 부담이 커질 것이 우려된다. 자동차, 철강은 이미 25% 품목관세가 적용되고 있고, 그 외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반도체, 배터리, 기계, 석유제품 등이다. 그중 반도체는 전략물자로 고려돼 상호관세에서 빠질 듯 보여, 나머지 품목의 리스크가 부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7월8일 기한인 상호관세를 더 이상 유예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25% 품목관세가 이미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대미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상호관세는 기본관세 10%부터 최대 50%까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품목관세를 상호관세와 중복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역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현재로선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중첩될 염려는 높지 않다.
그럼에도 현대차 등이 현지 생산을 확대할 때까지 25% 관세 부담은 무겁게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만약 상호관세를 추가 유예하더라도 품목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일본 자동차에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에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메이커도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 중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 WTO 규정에도 예외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관세 부과를 통해 외국인투자유치와 자국 소득세 감면 정책 등 여러 이점을 누리고 있어, 품목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상호관세는 자동차, 철강 외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현안이다. 대미 수출 금액 비중을 따져보면, 자동차 및 차부품부터 기계류, 전자기기(반도체), 석유제품, 플라스틱 중간재, 철강 순이다.
미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는 상호관세 예외품목에 포함돼 있다. 미국 자국 기업의 반도체 원가 상승 부담과 미중 패권 전쟁 사이 한국의 위치 등 전략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무역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산업용 기계와 건설 장비 등은 미국 내 제조업 설비 투자 증가로 수요가 높은 품목이지만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 관세분을 원가에 포함시키면 현지 설비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재무부담도 커진다.
마찬가지로 석유제품과 플라스틱 중간재도 미국의 대중국 수입 감소에 따른 대체 수요 덕분에 대미 수출이 증가해왔는데 상호관세가 부가될 수 있다. 그러면 역시 이들 중간재를 사용하는 한국 전방 기업의 부담도 늘어난다.
배터리는 SK온,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각사의 상호관세 부담에 차이가 있다. SK온은 포드 등과 합작해 현지 공장을 짓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이거나 가동되지 않은 공장이 많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장공장이 아직 시운전 단계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공장이 비교적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지 않았거나, 핵심 소재의 현지 조달율이 낮은 기업에게 배터리 상호관세는 더 큰 부담을 지울 것이다. 또한 배터리 소재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는 배터리 3사의 현지 생산 확대 후에도 원가 부담을 가중시킬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일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석유 등 원자재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도 유사한 무역협상을 요구할 듯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