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GDP에서 60%가량을 차지하는 OECD 회원국의 민간경제계가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 급속 냉각을 경고했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노동시장 불균형을 경제활동의 주요 제약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가 실시한 ‘2025 경제정책 조사(2025 Economic Policy Survey)’ 결과, OECD 36개 회원국 경제단체 가운데 지난해 가을 조사에서 78%가 '좋음'으로 평가했던 경영환경 전망이 올해는 16%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1년 만에 6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IAC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배경으로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국제 통상질서의 불확실성 확대를 지목했다. 실제 응답국의 97% 이상이 무역장벽이 자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GDP가 0.5%포인트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전년 조사에서 ‘완만한 증가’를 전망했던 비율이 76%였는데, 올해는 19%로 크게 낮아졌고, 대신 ‘완만한 감소’를 예상한 응답은 70%로 늘었다. 아울러 응답국 55%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난해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해, 고물가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BIAC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장벽 증가는 기업 체감경기를 급격히 냉각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국제무역 정상화, OECD가 이끌어야”… 다자협력 기대 커져
기업들이 직면한 리스크는 지정학 이슈에서 시작해 공급망과 노동시장까지 걸쳐 있다. BIAC 조사에 따르면, 기업활동 제약 요인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86%)과 무역·투자 장벽(66%), 공급망 혼란(43%), 에너지 가격(24%) 순으로 응답이 집중됐다. 이와 함께 노동력 부족과 숙련도 격차 등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는 95%가 주요 과제로 인식했고, 그중 66%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BIAC는 “저성장 구조 고착화 속에서 고실업과 구인난이 동시에 나타나는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재편과 인력 재교육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단체들은 혼란스러운 통상 환경 속에서 OECD의 다자 리더십을 주문했다. OECD 정책 우선순위 분야로는 국제무역(93%), 디지털 정책(58%), 기후·에너지 공조(53%)가 꼽혔다. 특히 ‘국제무역’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지목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국제 통상질서의 조속한 복원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BIAC는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 정책만으로는 복잡해진 공급망과 무역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OECD가 디지털 규범 조율과 통상질서 복원에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만 한국경제인협회 국제본부장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재부상 가능성과 중동 지역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맞물리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이 제한적인 만큼,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