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자회사 SK온, 글로벌 시장서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 3사 중 가장 높아
2분기부터 미국 배터리 출하량 증가·AMPC 확대·유럽 가동률 증가 등 호재 요인 많아져
SK이노베이션이 새 수장 선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하반기 반등에 나선 가운데 배터리 사업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SK이노베이션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온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아픈 손가락'이었던 SK온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이 401.3GWh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가운데 SK온의 배터리 사용량도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이 기간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16.8GWh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하면서 점유율 4.2%를 기록해 5위에 올랐다. 이는 국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14.3%)과 삼성SDI(-8.8%)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2분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가동 효과로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온의 SK배터리아메리카(SKBA) 배터리 출하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SK온이 현대차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SKBA 생산 라인의 75%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SK온 공장이 모두 가동되는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며 "올해 2~3분기 SK온이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하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납품 물량에 따라 받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준에 따르면 미국 본토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대해 셀 기준 1kWh당 35달러, 모듈 기준 45달러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수치에 따르면 SK온은 이번 2분기에 2413억원 규모의 AMPC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최근 유럽 헝가리 3개 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80%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SK온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그룹 등의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한데 따른 결과다. SK온은 폭스바겐의 ID.4, ID.7, 아우디 Q4 e-트론 등 주력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약 15만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시장 점유율도 26%를 기록하며 미국 테슬라를 제쳤다.
SK온의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약 32조9000억원) 중 70% 가량이 SK온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SK온의 실적 회복이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순차입금 축소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SK이노베이션의 본업인 정유와 석유화학 등 에너지 사업의 경우 업황 불확실성과 침체기로 수익성이 다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 부문의 경우 올해 1분기 3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 분기(3424억원) 대비 90%나 줄었다. 또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분기 1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합병된 SK이노베이션 E&S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931억원을 기록하는 등 도시가스 및 전력 사업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오면서 실적 방어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본업이 어려운 만큼 SK이노베이션에는 다소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었다.
이에 지난달에는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장 총괄사장은 취임 직후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실행을 강조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SK엔무브의 IPO(기업공개) 추진 대신 자회사 100% 편입을 선택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IMM크레딧앤솔루션이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30%를 되사올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가진 SK엔무브를 100% 자회사로 만들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앞서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무산됐던 대표적인 원인이 IMM크레딧앤솔루션이 합병에 반대를 표했었기 때문인데, SK엔무브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가 되면 합병 반대를 표할 세력이 없게 된다.
SK온과 SK엔무브 간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SK온의 배터리와 SK엔무부의 액침냉각 기술이 하나의 패키지처럼 판매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SK그룹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여기에 SK온이 데이터센터 배터리를 담당하고 SK엔무브가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SK온이 본격적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하는 중으로, ESS 사업 성과 가시화도 하반기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SS 사업 발판을 위해 이미 지난해 ESS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고 연구개발부터 납품·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인 'ESS 솔루션&딜리버리실'을 신설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사업비 1조원 규모의 504MW 배터리 기반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공고했다. 오는 7월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인데, SK온도 여기에 참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