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 상반기 선박 수주량 전년 대비 감소…미국발 고관세 등 영향
하반기 LNG 프로젝트 증가·MRO 시장 준비 기대…슈퍼사이클 장기적 관점 필요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수주량이 전년 대비 급감하면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끝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이 1938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특히 국내 조선사 1~6월 수주량은 487만CGT로 33% 줄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1~6월 선박을 총 76척(105억 달러) 수주했다. 이는 전년 동기(121척)보다 62.8% 줄어든 규모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15척(30억7000만달러)을 수주했는데, 이 역시 전년 동기(27척) 대비 4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이에 일각에서는 슈퍼사이클이 끝나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맞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는 여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조선업 부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도 최근 조선 담당 인력을 축소하는 등 초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산하에 신설된 조선 담당 사무국 인력이 7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반기 시행될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프로젝트들이 다수 예정인데다 미국이 함정 분야에는 공을 들이고 있고, 이에 따른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성장 가능성도 남아 있어 슈퍼사이클 종료는 시기상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상 불확실성 확대가 고가의 자산인 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조선업에 부정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는 현실화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운임 급등으로 유조선사들 실적과 현금흐름이 개선되면 친환경 선박에 대한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높고 조선업 전반에 긍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텍사스·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LNG 수출 거점을 확충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연 1억톤 규모 수출이 예상된다. 이를 위해 약 40척 이상의 LNG 운반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북미 지역에서 추가적인 LNG 생산 프로젝트 계획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며 "기본설계(FEED) 단계의 LNG 액화프로젝트들도 장기공급계약(SPA) 확대와 건설 및 수출 승인을 받으며 최종투자결정(FID)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2년간 미국발 LNG선 발주가 170척에 이를 전망이며 이들 대부분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LNG선 수주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68척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한 바 있는데 앞으로도 동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NG 운반선 외에 함정 등 특수선 분야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변동진 iM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2026~2027년 사이 미국의 함정 발주가 현실화될 수 있으며 이는 2028년 이후 감소할 수 있는 곳간을 채울 일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해군 예산안과 함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포함된 국방 예산을 모두 합하면 해군함정 건조 예산이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러스 보트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은 "2026년도 조선업 예산 총액은 약 474억달러(약 64조6800억원)로, 전년 예산보다 약 21% 증가했다"고 말했다.
함정 수주 확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국 MRO 시장은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으나 앞으로 승부가 중요할 전망이다.
지난 3월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가 발주한 군수 지원함 1척에 대한 정비 사업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은 가격 경쟁에서 밀렸고, 한화오션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중도에 참여를 철회한 바 있다. 아직 시장 초기라 수익성이 낮은 단건 위주로 수주가 진행되는 탓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늘어날 MRO 수요를 대비해 미국 현지 인프라 구축과 부품 조달 체계 정비, 정비 인력 확보, 운영 네트워크 구축 등을 과제로 꼽고 있다. 운영 효율화와 수익성 구조 확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신 HD현대와 한화오션 모두 특수선 분야에 장점이 있는 만큼 향후 시장 선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구매대행, 건조 기술 지원뿐 아니라 일부 블록 제작까지 맡으며 미국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에 본격 나섰다"며 "향후 다양한 선종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HD현대삼호의 항만 크레인 사업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내 군함 및 상선 건조의 전략 거점을 확보했다"며 "미군 발주 시스템의 변화와 조선소 인증 절차에 선제 대응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 해군·상선 시장 수혜의 핵심 사업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MRO 시장 성장과 LNG 프로젝트 종료 시점 등에 따라 하반기에 극적인 수주량 증가는 어려울 수 있을 전망으로, 슈퍼사이클 수혜는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주 건수보다는 수익성과 기술력 위주의 선별 수주의 시기"라며 "단기적인 글로벌 발주 감소가 있지만 고부가 선종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