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유인책인데 지배주주 총수일가에도 지급
두산, 두산로보틱스 임원에 RSU 지급
모회사 주식자산을 자회사에…개정 상법상 쟁점 야기
두산로보틱스, 총수일가 현금 보상도…두산밥캣 합병 시도 물의

두산 사옥. 사진=뉴스1
두산 사옥. 사진=뉴스1

대규모 기업집단 내 과도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약정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법적 지급 규정이 없어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은 익일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RSU를 지급, 모회사의 주식자산을 자회사 임원에게 지급하는 게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른 모회사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 쟁점을 낳는다.

또한 두산로보틱스는 총수일가인 박인원 사장에 대해 주식 보상보다 적정성 평가가 어려운 현금 보상 약정을 체결하고 있는 와중에 주주와 마찰을 빚은 두산밥캣 합병 시도가 물의를 빚은 바, 관련 이해관계가 부각된다.

8일 두산로보틱스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모회사인 두산이 두산로보틱스 보유 주식 중 일부를 RSU 지급 약정에 따라 임직원에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지급 규모는 두산이 보유한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2만8072주다.

전날 두산로보틱스 종가 기준으로 시가를 평가하면, 17억2923만5200원이다. 2024년 두산로보틱스가 이사 및 감사에 지급한 보수 총액 18억8700만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사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한도를 정하지만 이에 버금가는 RSU는 주총 의결없이 지급되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두산과 로보틱스는 이사회가 구분된 독립적 법인인데 두산의 주식자산을 로보틱스에 지급하는 게 적정한지 논쟁을 야기한다. 이사충실의무에 주주이익 보호가 추가된 개정 상법이 아니라도, 형법상 배임 규정에 따라 각각의 이사회는 해당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사결정 해야 한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분가치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회사인 두산의 이익에도 부합하지만 주식 보상은 지분 연결성을 떨어뜨린다. 지급 규모가 누적될수록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의결권과 배당권리 등 주권이 약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불합리한 규모나 조건으로, 두산 주주 입장에서 손해로 인식된다면 배임 논란까지 번질 수 있다. 

두산그룹은 동일인인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친족과 임원에 대한 주식 보상 약정 건수가 많은 집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조사한 결과, 두산은 SK그룹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총수일가인 박인원 사장이 RSU 약정을 체결했다가 2023년 8월에 취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신 2024년 6월에 7960주를 팬텀주식(가상주식보상제)으로 부여받았다. 팬텀주식은 의결권이나 배당권이 없으나 부여 시점과 가득 조건 충족 시점의 주가 차액 만큼을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가득 시점 주식 가치 전체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앞서 RSU를 비롯해 팬텀주식도 가득조건은 장기근속이다. 본래 전문경영인의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보상 체계인데, 경영권 목적상 근속하는 총수일가에게 같은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사실상 근거 없는 추가 보수란 지적이다.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합병하려다 적정성 논란 끝에 무산된 바 있다. 합병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오른다면 박 사장에 대한 현금보상도 증가하게 된다. 지배주주 일가의 이해관계가 이사회 의사결정과 얽히는 구도는 지배구조에 부정적이다. 시장에선 두산이 재차 합병을 시도할 거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수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보는 “현행법상 양도제한조건부주식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권의 편법 승계 혹은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의 악용 우려는 이사보수제도에 대한 객관성·투명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여대상·부여한도 등의 제한이 부재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미국은 임원 보수 관련 규제와 공시제도 강화를 통해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유고은 한국ESG기준원 ESG평가본부 금융사지배구조 파트장(책임연구원)은 “상법 제340조의2제1항에 따라 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에게 부여가 금지된 스톡옵션과 달리,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기타 주식보상은 부여 대상 및 한도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다”며 “현금 보상의 경우 지급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현금 보상의 결과만으로는 보상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려워, 기업성과에 무관하게 지급되었을 우려가 높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88개) 중 17개 기업집단이 동일인, 친족 및 임원에게 성과 보상 등의 목적으로 주식 지급을 약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SK, 현대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카카오, LS, 두산, 네이버, 세아, 에코프로, 두나무, 아모레퍼시픽, 크래프톤, 대신증권, 한솔 총 17개다. 집단별로 SK 231건, 두산 36건, 에코프로 27건, 포스코 26건, 한화 19건, 네이버 16건 순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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