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HVAC 기자간담회 개최…CDU 첫 공개 등 공조 기술력 선봬
중국 추격 저지·유럽과 북미 등 시장 선점 중요…"차별화 전략 펼칠 것"
LG전자가 올해 2분기 미국 관세 등의 영향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거둔 가운데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HVAC(냉난방공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AI(인공지능) 수요 증가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은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냉각 솔루션을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8일 LG 마곡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HVAC 사업 기자간담회에서는 LG전자가 추진하는 HVAC 사업 방향성과 LG 마곡사이언스파크에 적용된 LG전자만의 특화된 냉각 솔루션이 소개됐다.
LG전자의 HVAC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ES(에코솔루션)사업본부의 이재성 본부장(부사장)은 "올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이를 발판으로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S사업본부는 지난해 말 기존 H&A(홈어플라이언스 앤 에어솔루션)사업본부에서 분리돼 별도 사업본부로 출범했다. LG전자는 수주가 기반이 되는 HVAC 사업 특성을 고려해 B2B(기업간 거래) 사업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전기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HVAC는 AI 산업 고도화에 따른 필수적인 사업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AI를 사용하기 위해 쓰이는 막대한 전력으로 인한 '열'을 식혀주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I 개발과 운영을 위해서는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한데, GPU는 현 하나당 1000W의 전력을 소모한다. 이는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어를 24시간 켜두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같은 GPU는 고성능 AI 서버 랙(장치)에 다중으로 들어가며 또 고성능 AI 서버 랙은 AI 데이터센터에 무수히 많이 탑재된다. 즉 AI 활용을 위해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지난 2022년 460TWh로, 이미 지난 2023년 기준 프랑스에서 1년 동안 사용된 전기량(445TWh)과 비슷한 수준에 달한 상태다. 오는 2026년에는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이 최대 105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이 같은 전력 사용시 발생하는 '열'을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다. 고열로 GPU 등 시스템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장비가 망가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화재 발생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적정 온도와 습도를 제어할 수 있는 HVAC 사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유럽 등 국가에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데 따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효율' 기술로써 HVAC가 차세대 냉각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도,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도 경제 성장과 도시 개발로 대형 상업시설과 제조업 시설이 늘어나면서 HVA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HVAC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의 본업인 가전 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대미 고율 관세, 중국 저가 공세 등으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라 새 시장에서 다시 한번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LG전자,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 달성 목표"
HVAC 분야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성장 가속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인 OSO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한 상태며 국내 창원에만 있던 HVAC 제품 개발 전담 조직을 연내 인도에도 신설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액체냉각 솔루션 등 데이터센터향 HVAC 수주를 확대하고 초대형 냉방기 칠러는 데이터센터까지 외연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R&D)-생산-판매-유지보수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 구축 ▲비 하드웨어(Non-HW) 분야 매출 비중 20%까지 확대 ▲순차적 인수를 통한 사업 역량 및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초로 공개한 CDU(냉각수 분배 장치)가 가장 주목받았다. CDU는 칩을 직접 냉각 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펌프는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냉각수를 내보내도록 설계됐다.
LG전자 관계자는 "CDU는 핵심 부품 기술력인 '코어테크'를 바탕으로 높은 신뢰성과 에너지 효율을 갖췄다"며 "가상센서 기술이 적용돼 주요 센서가 고장 나더라도 펌프와 다른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난 센서 값을 바로잡아 냉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엔비디아와 인증 절차를 협의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며 "CDU 단품 판매뿐 아니라 CDU로 인한 파생 제품이 많아 관련 매출은 2030년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LG전자의 대표적인 HVAC 기술인 초대형 난방기 칠러의 성장도 이어간다. 대형 건물의 냉난방용을 비롯해 클린룸, 발전소,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아지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영역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냉매(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0% 수준인 R32 냉매를 적용한 인버터 스크롤 칠러를 출시하는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수요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앞서 칠러 매출 3년 내 1조원 달성을 언급했었는데 이제 2년 내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칠러 기술력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LG사이언스파크 W5동 지하 4층에 위치한 메인 기계실에서는 터보 칠러, 흡수식 칠러, 스크류 칠러 총 세 가지 유형의 칠러가 8대 배치돼 있었으며 각 칠러의 특장점을 살려 건물의 냉난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칠러 등 공조 설비 및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LG전자의 BMS(빌딩관리시스템)도 LG전자가 내세우는 HVAC 사업 강점 중 하나다. 터보·흡수식·스크류 칠러에서 차가운 물을 생산해 LG전자의 자회사인 에이스냉동공조의 AHU(공기조화기)와 ATU(터미널유닛)를 통해 공기를 정화·제어하면서 궁극적으로 BMS로 건물 전체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구조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기술로 연결된 HVAC 통합 솔루션은 고효율·저탄소·사용자 맞춤형 냉난방 환경을 실현하며 빌딩 냉난방 모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LG전자의 과제는 중국 시장의 빠른 추격을 저지하는 것과 일찍이 성장 중이었던 유럽 등 주요 국가의 냉난방공조 시장에서 장벽을 뛰어넘고 더욱 수주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최근 가장 경계하는 곳은 중국"이란며 "중국 협력업체의 품질과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있고 원가도 크게 줄였다"며 "중국 기업 이상의 한계를 돌파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사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LG전자만의 차별화 전략은 HVAC 5대 코어테크 분야(콤프레스·열교환기·팬·모터·인버터)를 보유 중인 것"이라며 "여기에 AI 기술과 냉각 솔루션을 추가해 5대 코어테크에서 2개가 추가된 7대 코어테크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를 포함해서 북미, 유럽에서 차별화된 전략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