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명단에 도이치모터스ㆍ비마이카…명단 맨 앞엔 GS칼텍스
세간 흔든 대기오염 조작 사건 소환…나머지 기업들도 긴장
김건희 특검이 코바나 컨텐츠 주관 전시회 협찬 기업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은 전시회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기업이 협찬을 한 목적에 묵시적 청탁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특히 2019년 6월경 열렸던 야수파 걸작전은 도이치모터스, 비마이카(현 IMS) 등 특검의 다른 사건(주가조작, 집사 게이트)에도 연루된 기업들이 협찬 명단에 있어, 수사가 집중될 전망이다.
11일 특검 등에 따르면 코바나 컨텐츠 전시회 협찬 의혹의 쟁점은 묵시적 청탁이다. 이는 직접적 말이나 글 등으로 표현되지 않고, 상황이나 맥락을 통해 암묵적으로 이해되는 청탁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묵시적 청탁을 이유로 제3자 뇌물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각각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한다며 대법원에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됐고 유죄 받았다.
코바나 컨텐츠 협찬 대가성 의혹을 최초 고발했던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앞서 4건의 전시 협찬을 고발했다가 검찰이 불기소하자, 상대적으로 혐의 입증이 수월하다고 판단한 야수파 걸작전을 중심으로 2023년 3월 공수처에 재고발했다.
이 전시회 협찬 기업 명단을 보면, GS칼텍스, 우리금융그룹, 우리카드, 우리은행, 게임빌, 컴투스, LG전자, 노루페인트, 도이치모터스, 럭스나인, 케이토토, 로이코, 신라스테이, 제이준, 비마이카, 뿅카 등이 확인된다.
명단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사건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와 이른바 ‘집사 게이트’라 불리는 의혹의 김모씨 관련 비마이카가 포함된 게 눈에 띈다. 집사 게이트는 김모씨가 설립하거나 주요 주주로 있었던 렌터카 업체 비마이카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그룹 계열사 등의 기업으로부터 180억원을 투자받았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최근 집사 게이트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관련 압수수색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코바나 컨텐츠 협찬 의혹은 특검법에서 정한 2호 수사대상이며, 협찬 명단에 비마이카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법원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협찬 명단 맨 앞에는 GS칼텍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협찬 규모가 가장 큰 기업 이름을 먼저 배치하는 게 전시 업계 관행이다. 전시회 당시 GS칼텍스는 환경오염물질 배출치 조작 사건으로 수사받았다. 검찰 수사 후 법인과 임직원이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된 시점은 2019년 4월경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을, 문재인 정권 들어 2017년 5월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맡았다.
그러다 2019년 6월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검사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그해 5월 검찰이 GS칼텍스를 비롯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삼성전자 6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작 사건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였다. 야수파 걸작전은 같은 해 6월13일부터 9월15일까지 열렸다.
당시 조작 사건 파장이 커지자,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가 2019년 9월 직접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직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허 대표는 증인 명단에 올랐었다. 하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가 현지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처음 코바나 컨텐츠 협찬 건을 문제 삼은 건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으로,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공격했다. 그러다 2021년엔 상황이 반전돼 민주당 측에서 허 대표의 골프 스캔들을 두고 “국회를 무시한 배경이 궁금하다”며 협찬 의혹을 추궁했었다.
사세행 고발을 접수했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사건을 불기소했다. 이후 민주당은 당시 수사부장이었던 김영철 부장검사에 대해 협찬 수사 미진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부실,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등의 의혹을 들어 탄핵소추 추진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협찬 기업이 많고 묵시적 청탁은 명시적 청탁보다 법리 다툼이 심해 입증이 어렵다"며 "수사 기간이 짧은 특검은 입증하기 쉬운 대상 위주로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