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조선·철강업계가 일제히 온열질환 대응 강화에 나섰다. 야외 작업장이 많고 고온의 자재를 다뤄야 하는 산업 특성상 폭염에 취약한 탓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오는 9월까지 이동형 휴게시설인 냉방버스를 운영한다. 작업자들이 휴게실을 더 자주 찾아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냉기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업은 같은 야외 공간이어도 생산 계획과 일정에 따라 폭염에 노출되는 상황과 정도가 바뀌는 특성이 있는데, 한화오션은 물량 증가로 작업 인원이 급증한 곳을 중심으로 버스를 이동시켜 더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고정형 임시 휴게실 수도 전년 대비 3배 늘렸다. 임시 휴게실에는 에어컨, 정수기, 식염포도당 등을 비치했다. 현장 곳곳에는 차광막과 파라솔 등을 설치해 그늘을 제공한다.
아울러 '찾아가는 얼음생수'를 제공해 하루 300개 이상의 얼음생수를 다음달 말까지 지급하고 식당과 주요 휴게소 등의 얼음생수 지급량을 늘릴 예정이다. 주 2~3회 갈비탕, 닭백숙 등 보양식과 생과일 화채·음료 등도 제공할 방침이다.
거제 사업장에는 150m 간격으로 제빙기와 정수기를 설치했고 모든 사업장 근로자에게 사내 매점에서 사용가능한 빙과·음료 쿠폰을 지급한다.
이밖에도 9월까지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폭염일 경우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각각 부여되는 휴식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연장한다.
HD현대중공업 역시 같은 기준으로 9월까지 오전 10시와 오후 3시 각각 부여되는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울산 본사 조선 야드에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도 진행했다. 온열질환 예방 리플렛을 배포하고 안전 캠페인 차량을 활용한 홍보영상 등을 송출하며 폭염 대응 수칙을 안내하는 등 재해 예방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폭염대비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면서 야외 작업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한편 점심시간을 28.5도 이상이면 30분 연장, 32.5도 이상이면 1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제빙기과 이동식 에어컨도 설치했으며 살수차 동원도 진행 중이다.
용광로 등 고온 작업환경이 많은 철강업계도 폭염에 따른 안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체감온도 기준을 '관심-주의-경고' 3단계로 설정해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의 탄력적인 조정에 나섰다. 모든 직원에게 하루 두 차례 폭염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체감온도, 단계별 대응 지침, 지원 물품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으며 작업 전에는 작업책임자가 작업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뒤 밀착 관리하고 있다.
또 고온이 발생하는 고로 등 주변에 '이글루'라는 간이 냉방실을 설치해 교대로 쉴 수 있도록 했다.
현대제철은 지붕 및 밀폐공간 등 고위험 작업을 제한하는 한편 체온·혈압·음주 측정 등을 포함한 일일건강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혈압계,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장비를 갖춘 이동형 '안전쉼터버스'를 도입해 의료진이 현장을 찾아가는 보건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철강업은 중량물과 고온·고압의 물질을 다루는 고위험 작업이 많은 산업"이라며 "특히 여름철 임직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리더들이 직접 현장을 살피고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보건조치 사항을 담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보장 조항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폭염 속에서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에 대해 온열질환 예방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