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년까지 철강·석유화학·반도체·데이터센터 등 4대 산업에서만 21.4TWh 규모의 무탄소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체 승인을 의결해 1972년 건설 허가가 난지 53년만, 2017년 영구 정지가 결정된 지 8년 만에 본격 해체에 돌입하는 고리 1호기(오른쪽 첫번째). 연합뉴스
2042년까지 철강·석유화학·반도체·데이터센터 등 4대 산업에서만 21.4TWh 규모의 무탄소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체 승인을 의결해 1972년 건설 허가가 난지 53년만, 2017년 영구 정지가 결정된 지 8년 만에 본격 해체에 돌입하는 고리 1호기(오른쪽 첫번째). 연합뉴스

RE100 목표 시점인 2042년까지 철강·석유화학·반도체·데이터센터 등 4대 산업에서만 21.4TWh 규모의 무탄소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전체 전력소비량(45.8TWh)의 약 4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 같은 무탄소전력 초과수요 해소를 위해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수요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공급만으로는 2042년까지도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범용제품 가격 경쟁 심화에 대응해, 고부가가치·저탄소 제품 전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과 전기가열식 나프타분해(NCC)는 대량의 무탄소전력을 필요로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 늘어도 ‘충분치 않아’… 충당률 81.6%에 그칠 전망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산업도 글로벌 원청기업들의 탄소중립 요구에 대응해 무탄소전력 사용을 확대 중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ASML 등은 2030년대 중반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하고 공급망 전반에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무탄소전력 초과수요 추이. 한경협 제공
무탄소전력 초과수요 추이. 한경협 제공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연평균 8.7% 증가해 4대 산업 전력소비 증가율(5.2%)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해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81.6%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2042년에는 93%까지 상승하지만, 여전히 21.4TWh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경협은 "무탄소전력 수요는 타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수치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PPA 제도 활성화를 무탄소전력 수급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PPA는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직접 계약을 맺어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탄소배출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한경협은 △망 이용료·전력기반기금 등 이행비용 경감 △전력배출계수의 연단위 공고 △PPA 조달 전원 확대(기존 원전 포함) 등을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일본, 대만 등 주요국은 PPA 활성화를 위해 비용 보조와 세제 지원, 망이용료 감면 등의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일본은 2020년부터 기업에 PPA 비용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대만은 2023년부터 망 이용료의 80%를 감면하고 있다.

전력배출계수와 관련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전력배출계수가 국내는 비주기적으로 공고돼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연 단위 공개로의 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주요국은 영국의 경우 30분 단위, 미국은 연 단위로 공고하고 있다.


◆“원전도 무탄소전원… PPA 포함하면 충당률 101.8%까지 상승”


한경협은 현재 재생에너지로 한정된 PPA 조달원에 기존 원전을 포함할 경우 2042년 무탄소전력 충당률이 93.0%에서 101.8%로 8.8%p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원전 평균 이용률(79.4%)을 10%p 높이고, PPA에 기존 원전을 포함시키면 초과수요 해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원전 이용률 추이. 한경협 제공
원전 이용률 추이. 한경협 제공

실제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는 원전 기반 PPA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재가동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의 장기 PPA 계약을 체결했고, 스웨덴은 연간 0.4TWh 규모의 원전 기반 PPA를 추진 중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주력산업은 고금리와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더해, 무탄소전력 사용이라는 외부 압력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합리적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이 효율적으로 무탄소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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