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비율, LG화학만 3%대
여타 화학사들 줄곧 0%대
스페셜티 개발 성과 부진…“자성해야”
산업 구조조정 위기에 빠진 화학사들이 정부에 연구개발(R&D) 지원을 요청 중이다. 범용 화학은 중국과 중동산에 잠식당해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황일 때도 소극적이었던 화학사들의 R&D 투자 실적은 자력갱생이 부족하다는 눈총을 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여타 화학사들의 R&D 투자 강도(R&D intensity)는 큰 차이가 있다. LG화학은 연간 매출 대비 3%대 R&D 투자를 한다. 다만, LG화학은 업종 특성상 투자비가 많은 편인 그린바이오 업체 동부팜한농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었고,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해 제약 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했다. 따라서 엄밀히 화학 투자비가 3%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구조조정 타깃인 석유화학 기초유분 제조업(NCC, PDH) 전문업체들을 보면,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NCC,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효성화학 모두 0%대다. SK어드밴스드는 아예 R&D 투자 내역에 대해 ‘해당 사항 없음’으로 공시하고 있다. 이런 저조한 R&D 투자비율은 석유화학 적자 탓이 아니다. 호황을 누릴 때도 0%대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하는 EU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글로벌 선진 화학기업들은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인다. 2024년 기준, 독일 바스프가 3.1%, 미국 듀폰이 4.1%, 다우케미칼 1.9%, 독일 머크는 무려 11.6%나 됐다. 또 중국 시노펙 이정화섬은 2.5%, 시노켐 인터내셔널은 1.7%로 한국과 비교된다.
중국 화학산업 자급화 이슈는 오래됐다. 2014년 삼성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화학사업을 아예 한화에 모두 팔았다. 중국 로컬 기업의 범용 화학산업 추격에 대응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눈에 띄는 실적이 없었다.
일본은 스페셜티 위주로 성장해왔지만 중국과 중동산에 밀려 내수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한국도 내수가 필요하지만 중국이 내수를 넘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기료 인하나 무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관세 등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 지원의 전제로, R&D를 중시하는 근본적인 경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급화 이슈는 이미 10년도 넘었다”며 “그 사이 석유화학 르네상스라 불리는 거대 호황도 있었는데, 그때 벌었던 돈을 다 어디에 썼는지, 지금껏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