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사채 발행, 지배구조 강화·경영 세습 위한 배임 미수 혐의로 고발
“고발장에 내부 녹취록, 결정적 증거 포함”
시민사회·국회와 ‘이호진 방지법’ 추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수천억원 배임 사건과 교환사채 발행에 따른 배임 미수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이 교환사채 관련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황의 내부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 10개 단체는 16일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파동’과 관련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특히 교환사채 관련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이 전 회장이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로서 교환사채 결정을 비롯해 특별사면, 인사결정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거나 지시했다는 내부 녹취록 등 결정적 증거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교환사채는 현재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의 가처분 신청 등으로 교환사채 발행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기는 하나, 태광산업은 법원 결정에 따라 여전히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발인들은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한 이사회가 아닌, 이 전 회장을 고발한 이유는 이 전 회장이 경영세습과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실질적 영향력을 끼친 결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 근거를 들었다.

첫째,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을 신생 사모펀드인 ‘티투프라이빗에퀴티’를 통해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 전 회장 일가족이 약 36.4%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어, 계열사의 자사주가 총수일가의 승계 구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둘째, “태광그룹은 2022년 말 특별사면을 앞두고 10년간 12조 원의 투자와 7000명의 신규채용을 약속했지만, 지난 30개월 동안 투자 약속을 외면하고 오히려 다수 임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최근 발표한 1조5000억원 투자 계획 또한 실현 가능성이 크게 의심된다”고 봤다.

셋째, “적자 누적으로 인한 사업 재편 및 신사업 추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태광산업의 유동자산은 3조 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각은 오직 태광그룹 총수의 지배구조 강화와 족벌경영 승계를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형철 태광바로잡기공투본 의장은 “유동자산이 충분한 태광산업이 자사주 매각으로 새로운 업종을 인수해 미래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고발인들은 이와 함께 검찰이 수년째 방치해온 수천억원대의 배임 및 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에 다시 고발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7월과 2023년 4월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았고, 내부 제보로 유죄 입증이 충분한 고발 건에 대해서도 수사 개시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의 개입을 인정한 계열사 동원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서도 검찰은 재차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잇따른 고발인 조사 외면과 수사 회피, 불기소 처분 결정은 검찰과 태광그룹 간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의심케 한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이 태광그룹을 총수 개인의 금고이자 재벌 특권의 실험장으로 방치했다”고 비판하며,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경제 정의와 법치의 기반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시민사회와 국회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이호진 방지법’을 추진하며 공동 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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