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TRS 이용한 '꼼수' 채무보증 제재
CJ건설·시뮬라인 부당 지원 포착
심각한 재무 위기 계열사 지원…공정 경쟁 저해 판단

CJ 본사. 사진=CJ그룹
CJ 본사. 사진=CJ그룹

공정위가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한 사실상 채무보증 행위를 규율하기로 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뒀음에도, CJ그룹을 먼저 제재해 배경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CJ 기업집단 내 계열사 TRS 신용 보강 행위로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하는 등 상법과 형법상 배임이나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정명령과 과징금만 부과하고 의사결정한 이사진 등에 대한 고발은 하지 않아, 근래 비슷한 사례에서 고발을 자제하는 기조가 이어졌다.

16일 공정위는 CJ 및 CJ CGV가 각각 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계열회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 및 ㈜시뮬라인(현 CJ포디플렉스)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4월 공정위는 TRS 등 파생상품을 이용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채무보증 탈법행위 논란이 일자, 의견을 수렴해 관련 고시 제정안을 확정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었다.

하지만 고시 시행에 앞서 CJ 기업집단 내 사례를 먼저 처분한 배경이 주목된다. 행위 과정에서 배임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포착해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CJ건설은 5년 연속(2010~2014년) 당기순손실(총 980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2013, 2014년)에 이르렀고, 시뮬라인은 3년 연속(2012~2014년) 당기순손실(총 7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2014년)에 도달하는 등 이 사건 지원행위가 개시된 2015년 당시 심각한 재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신용등급 하락, 차입금리 상승 등 압박에 직면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으나,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할 투자자(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고, 설사 찾는다 해도 금리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CJ와 CGV(이하 ‘지원주체’)는 금융회사가 CJ건설 및 시뮬라인(이하 ‘지원객체’)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전제조건으로서 같은 날 TRS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과 TRS 계약이 일괄거래(Package Deal) 방식으로 체결됐다.

금융회사는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지원객체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함에 따른 위험을 TRS 계약을 통해 지원주체에게 이전했으므로 TRS 계약이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공정위는 “당시 CJ 이사회에서는 이 사건 TRS 계약이 ‘실적이 안좋은 계열회사에 대한 보증으로서 배임’이라는 지적, ‘지원객체 부도 또는 상환 불능에 따른 손실’ 문제 등이 제기되어 안건이 한차례 부결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신용등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높게 봐야 BB+(투기등급) 수준이었는데, 이 사건 지원행위의 결과,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하게 돼 각각 종합건설업 시장과 4D 영화관 장비 공급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은 계열회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로서,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비슷한 신용보강 행위들이 이뤄진 바 있어, 이번 CJ그룹 사례와 마찬가지로 공정위 조사와 불공정 행위 제재가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공정위 #CJ #T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