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진입 기대감+이재용 회장 법률리스크 탈피
SK하이닉스, HBM공급과잉 부담에 급락 후 18일 반등 불발
올들어 코스피가 전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보임에도 주춤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칩) 시장을 주도하며 승승장구하던 하이닉스가 17일 급락(-8.95%) 후 18일에도 반등에 실패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는 삼성전자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린 탓이다. 전일 이재용 회장이 법률 리스크에서 벗어난 것도 투자 심리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4월 9일 2293.70을 기록 후 파죽지세의 상승을 보이며 지난 14일 종가 3202.03을 기록한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18일, 전 거래일 미국시장의 훈풍에도 3일 연속 약보합세를 이어가며 4.22pt(-0.13%) 하락한 3188.07pt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상황이 다르다. 상반기 동안 코스피 상승 행진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는 지난 10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9일 종가 6만400원이었던 삼성전자는 18일 종가 6만7800원으로 12.25% 상승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8일 장중 한 때 27만5000원(+2.04%)까지 오르며 반등을 시도했으나 다시 미끄러지며 종가 26만9000원(-0.19%)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 류영호 연구원은 18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20 중국향 판매 재개, H20 이후 GDDR7을 탑재한 신형(B시리즈 및RTX 6000 시리즈) 출시에 따른 기회 확보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상승세를 시현했다”며, “최근 삼성전자의 HBM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어 밸류에이션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더 나은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연중 저점 대비 전 거래일 급락 전까지 약 82% 상승, HBM 선두주자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었다. 다만 2026년 HBM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가 대두되며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와 함께 SK하이닉스가 단기 고점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HBM시장 진입에 속도를 낼수록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탄력을 받기 어려운 그림이다.
KRX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17일 SK하이닉스를 약 5635억원 규모로 순매도하고 18일에도 1350억원 규모의 추가 순매도를 이어갔다. 반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보통주 기준)에 대해 4거래일 연속 큰 폭의 순매도를 보였다. 17일 5254억원 상당의 순매수를 보인 외국인들은 18일에도 3974억원 규모의 순매수로 삼성전자의 7거래일 연속 상승을 주도했다.
하지만 개인들의 흐름은 외국인과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월 10일부터 삼성전자가 가파른 상승을 보이는 사이 개인들은 11일부터 18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며 2조10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조79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개인들의 물량을 받아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에 대해 9년간 끌어오던 법률 리스크를 17일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벗어던지며 신사업에 몰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한 몫 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무죄 확정판결에 대해 "경제 회복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상장협은 논평을 통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적극적 투자와 함께 혁신적 사업 추진을 이끌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창조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의 돌파구를 열어줄 원동력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