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중요성 대두에 K기업 자체 추론형 AI 모델 기술력 확보 집중
미국·중국 등 AGI 위한 추론형 AI 모델 개발 활발…K기업 선두 가능성 주목
AI(인공지능) 산업 발달로 '소버린(주권) AI'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한국 특화형 AI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체 추론형 AI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4대 그룹 중 LG가 먼저 자체 추론형 AI 모델을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알린 가운데 이어 SK도 추론형 AI 모델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는 지난달 추론형 AI 모델 개발 완료를 알렸으며 카카오도 자체 추론형 AI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소버린 AI의 중요성에 따라 한국형 특화 AI 모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재국 삼일PwC 기술·미디어·통신 연구원은 "AI 에이전트로 가속화될 AI 대전환의 시대에 AI 주권은 국가를 대변하는 첨단 언어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도 'AI 3대 강국'을 1호 국정과제로 삼고 소버린 AI 전략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상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AI 국가전략 3.0'에는 범용 LLM(대규모언어모델) 개발, 데이터·인재 생태계 조성, 산업 AI 확산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포함돼있어 향후 기업들의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가할 정예 개발팀을 모집을 마감했다. 최대 5곳을 1차로 선정할 예정이며 이 사업에는 LG와 SK, 네이버, KT 등이 참여를 희망해 치열한 선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자체 AI 기술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추론형 AI 모델'이다. LLM 등 기존의 생성형 AI가 주어진 질문에 대해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답을 생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면 추론형 AI는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사고 능력에 초점을 맞춰 보다 더 고도화된 AI 모델로, 미국의 오픈AI와 구글,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소수 기업만이 개발하고 있다.
국내 추론형 AI 모델은 LG가 가장 먼저 만들었다. LG는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연계 개발자 콘퍼런스(GTC)에서 추론형 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엑사원 딥-32B(320억개 매개변수)' 모델의 경우 6710억개 매개변수를 사용한 중국의 '딥시크 R1' 대비 5%에 불과한 매개변수만으로도 우수한 성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수학·과학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이 높았으며 수학문제 해결 능력 평가 지표인 수학(MATH)-500에서는 95.7점을 기록했다. 2025년 수능 수학에서는 94.5점을 받았다.
이밖에도 물리학, 생물학, 화학 분야의 박사급 과학 문제가 포함된 GPQA 다이아몬드 테스트에서는 66.1점을 받아 매개변수 규모가 유사한 다른 추론 AI 모델과의 경쟁에서 앞섰다. 이에 공개 직후 32B 모델은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EPOCH AI(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Notable AI Models)' 리스트에 등재되며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어 LG는 최근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인 '엑사원 4.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AI 시장 선두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AI 모델의 경우 미국 앤스로픽, 중국 알리바바 등 더욱 소수의 기업들만 개발한 상태로, 미국 오픈AI도 아직 GPT-5를 하이브리드 AI로 개발하는 단계다.
LG의 엑사원 4.0은 지식 기반의 빠른 답변에 강점이 있는 LLM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추론 AI 모델을 하나로 결합한 형태로, '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규모가 큰 초거대 AI와도 비슷한 성능을 구현한 것이 엑사원 4.0의 최대 강점이다. AI 지식 수준 분야에서 엑사원 4.0-32B은 알리바바 큐원3(92.7점), 딥시크 R1(93.4점)과 거의 비슷한 점수를 냈으며 지시 이행 분야에서는 83.7점으로 큐원3(83.4점)와 딥시크 R1(80.8점)을 모두 앞섰다.
이진식 LG AI연구원 엑사원랩장은 "엑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프런티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서는 통신사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중으로, 지난 5월 SK의 LLM인 '에이닷엑스(A.X) 4.0'으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 '에이닷엑스 챗'을 공개하며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어 조만간 코드 생성과 수학 문제 해결, 다단계 추론 등에 특화된 추론형 모델 '에이닷엑스 4.1'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중에서는 네이버가 한 발 앞섰다. 네이버는 앞서 한국어 특화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 중인데,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30일 추론 능력을 강화한 AI 모델 '하이퍼클로버X 씽크'를 선보였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버X 씽크'는 언어뿐 아니라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도 추론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어 전문가 '코발트(KoBALT)-700' 벤치마크에서 국내 주요 추론 모델이나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보다 높은 점수을 기록했다. 사용자 질문을 쪼개 사고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사고사슬(CoT) 기법을 도입해 문제의 맥락을 고려한 추론과 판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씽크 모델을 고도화해 시각·음성·문서까지 통합적으로 다루는 멀티모달 추론형 AI로 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도 추론형 AI 모델을 연내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자체 LLM 모델 카나나에 추론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접목할 전망이다. 지난달 공개된 카나나는 한국어 LLM 벤치마크 '호랑이 리더보드'에서 80억 파라미터 이하 모델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경량화 모델의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앞서가는 것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추론형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 및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프랑스 미스트랄 등 유럽 기업들도 추론형 AI 모델을 첫 선보이며 뒤쫒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추론형 AI 모델 경쟁력은 향후 AI 시대의 AGI(범용인공지능) 패권을 잡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앞서 오픈 AI는 AGI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추론형 AI 모델이 이 중 두 번째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GI가 2~3년 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