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징벌배상·디스커버리 논의 와중에 기술탈취 처벌 치명타
“현대차, 경비직원 폭력행위 유도”…폭력사건 조사단 고소·고발 준비
조사단, 불법파견 승소하자 사내하청 폐업시킨 사건의 전말도 발표
현대차에 잇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발생했다. 100% 자회사인 현대케피코의 기술탈취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이수기업 폭력사건은 진상조사단이 현대차의 경비인력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고소·고발하기로 했다.
이들 사건이 송사로 번지면 유럽ESG공급망실사(CSDDD)가 시작되는 2027년경 최종 결론이 날 수 있다. 실사는 ESG 준수 취지이면서 보호무역이 목적으로, 유럽 각국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형태로 법적 제재 장치를 마련할 전망이다.
24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케피코의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74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케피코는 현대차 종속회사로 전기차용 모터제어기 등 차 부품을 제조해 현대차는 물론 기아, 현대글로비스 등에도 판매한다. 현대케피코로부터 납품받는 이들 계열사 모두 CSDDD 범위에 해당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케피코는 2009년 베트남 진출 후 국내에서 운송되는 부품을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A수급사업자에게 베트남 진출을 제안했으나 회사 사정으로 거절됐다. 그러자 불량 치수 보고서 등 부품 개발과 관련된 기술자료 5건을, 수급사업자와 협의 없이 경쟁 사업자인 B사에게 제공했고 해당 부품 개발에 참고하도록 했다. 또 C수급사업자에게 금형도면 4건을 요구해 제공받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했다.
현대케피코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재판은 2027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 그 사이 달라지는 현 정부의 여러 제도 환경은 원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탈취는 이재명 정부가 근절을 약속했던 대선 공약과 충돌한다. 정부·여당은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징벌배상,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등 강력한 대책을 내세웠던 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현대차 경비인력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단은 전날 국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진상조사 보고회는 이용우·이학영·이해식·김주영·김태선·박정·박정현·박해철(민주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윤종오·정혜경(진보당) 의원이 공동주최해 힘을 실었다.
조사단이 사내하청인 이수기업 노동자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했던 현대차 경비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는 폭력행사를 직접 지시하지 않으나 ‘확실하게 해라’는 등 추상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조사단은 폭력사건에 고소·고발 된 경비직원에게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이 나오면 현대차가 대납한다고 봤다. 2010년대 벌금을 받은 경비직원들은 포상을 받는 것처럼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도 하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노동자와 몸싸움을 암묵적으로 종용하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은 평이한 경비 업무로 채용되는데, 몸싸움이 격한 집회 방해에 가담하게 만드는 행위는 근로계약에 없는 부당한 노동행위 강요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사단은 이런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위반을 포함해 집회방해, 특수폭행, 특수상해, 손해배상 등으로 고소·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선민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소속)는 “현대차가 구사대(경비직원)를 동원한 폭력적 노무 관리를 지속할 경우, EU 공급망 실사법 위반으로 매출액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는 물론, 국내 인권환경실사법 위반으로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징역형 포함)까지 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기업 폭력사건은 해당 법인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란 소송을 제기해 2024년 5월30일 승소했다. 판결 이유를 요약하면, 이수기업은 수출용 차량 이송업무를 하는데 생산공장과 선후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생산공정의 진행과 밀접하게 연동돼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수기업은 2024년 9월 폐업을 공고했다. 이로 인해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 34명 전원은 고용 승계 없이 집단 해고됐다. 이에 대한 고용 승계 요구 투쟁이 현대차 측과 지속돼 오다 경비직원과 충돌한 것이다.
본래 현대차의 수출선적 업무는 9개 사내하청업체, 약 7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행했었다. 그러다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졌고 현대차는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면 근속을 반 정도만 인정하는 조건으로 특별채용을 진행해, 응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2개 사내하청으로 몰리게 됐다. 이수기업이 그중 하나다.
유태영 변호사는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폐업 시마다 다른 사내하청업체로 고용승계 돼 왔는데, 2003년 정규직 노동조합과 현대차 간 체결된 확약서에 근거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관행과 달리 전원해고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인정을 받고 파기환송 재판을 진행 중인 이수기업 노동자들에 대해 생계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불법파견 (최종) 승소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증거를 없애고 소송 제기를 어렵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