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산업부 재계팀장/부장
이재영 산업부 재계팀장/부장

자사주 소각에 따른 밸류업 효과는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다.

4대 그룹을 살펴보자. 자사주가 많아 소각 의무화 부담이 큰 곳은 SK다. SK는 지주회사 전환 시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된 자사주가 많다고 한다. 이 걸 소각하면 조단위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4대 그룹, 특히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 성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한 이미지를 고려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SK와 척지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제권력이 등 돌리면 정권이 흔들렸다. 경제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권력에 반하면 언론을 통해 경제가 어렵고, 경영권 방어가 어렵고, 국가가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총선이 기다린다. 정부·여당이 경제권력과 척지는 것은 벌집을 건드리는 셈이다.

그럼 이사충실의무에 주주이익 보호는 어떻게 가능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해당 상법 개정은 국회를 통과해 공포 즉시 시행됐지만 체감하기 어렵다. 왜냐면 재계에서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정도로 모호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모호한 법을 내주고 지금 여야가 동의하는 배임죄 폐지 내지 약화(경영판단 논리 적용) 법안을 취하려 한다. 그래서 이사충실의무 강화엔 저항이 약했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자사주는 다르다. 실제 재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돈이 들 수 있다. 국외 사모펀드가 경영권 위기를 조장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행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흔한 일이다.

그걸 염두에 두면, 자사주 소각 후 그런 분쟁이 더 빈발할 것도 예측된다. 그러면 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국민연금이 나서 국민이 맡긴 연금급여로 경영권 방어를 대신 해줄 것이다. 해외 펀드가 차익을 취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손해만 본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손을 벌린다.

코스피5000도 좋지만 요란한 법안은 마찰이 심하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차차 하고 제3자 매각 등 처분만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자사주 소각이 코리아디스카운트 근본 대책도 아니다. 본질을 버려두고 과격하고 급진적인 정부 반기업 성향만 부각시킬 수 있다. 경제권력과 언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근본 문제는 사익편취가 수월한 제도다. 자사주는 사익편취를 위한 한가지 결과물일 뿐이다. 원인을 고치지 않으면 다른 편법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하는 대신 배임죄를 없애고 배당소득 분리과세하고 상속세까지 없애면 기업집단 계열사의 모든 자금이 지주회사에 몰릴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걸로 자사주 소각을 대체할 경영권 방어 수단을 강구하거나, 총수에게 지분 추가 취득에 필요한 현금을 가득 안길 것이다. 이를 위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라든지 총수익스와프(TRS), 교환사채,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금융기법이 존재한다.

세간이 디스카운트 원인을 자꾸 상속세로 몰아가는데 현혹되지 말라. 영화 곡성에서 나온 말처럼 뭐시 중헌가. 미끼를 물지 말라. 그간 재벌 그룹에게서 생긴 그 숱한 분식회계와 일감몰아주기, 배임·횡령죄들이 오로지 상속세 때문에 생겼나? 한마디로 사익편취 목적이었다.

상속세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KT나 포스코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전문경영인들도 사익편취 혐의로 기소돼 왔다. 사익편취의 대표적인 사례인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라는 용어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은 상속세 이슈는 물론 재벌도 없는 (테슬라 머스크 제외) 미국에서 나온 용어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자사주 #코스피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