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치누크 T55 엔진 MRO 사업 담당 가능성↑
한화, 한화오션 함정 MRO 이어 한화에어로 항공 MRO 선도 주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한화그룹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한화그룹 제공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화그룹이 최근 미국 항공 MRO 시장으로까지 영역 확장을 꾀하며 MRO 사업 성과 달성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협력 하에 진행이 가능해진 군용 헬기 엔진 MRO 사업을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중간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제57차 한·미 군수협력위원회 회의에서 위원회는 우선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미군이 운용하는 치누크 헬기를 한국 방산업체가 참여하는 MRO 시범사업 품목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미 군용기 MRO 시장은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따라 한국 기업의 참여가 제한됐는데, 새롭게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치누크 헬기의 T55 엔진 MRO를 한국에서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국방부는 추후 민간 업체와 계약해 MRO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이 민간 업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군용기 엔진 MRO 기술과 인프라 등 기반 시설을 보유한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군의 CH-47 치누크 엔진 정비 경험이 있으며 치누크 엔진을 비롯해 46년간 5700대 이상의 항공 엔진 MRO를 진행해온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국내 유일 항공 엔진 전문 기업으로서 46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하고 글로벌 MRO 사업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창원공장의 경우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증과 유럽항공안전청(EASA) 인증 등 항공 엔진과 관련해 다양한 국제 인증을 받은 상태며 MRO 물량 확대에 따라 1만6500㎡(약 5000평) 규모의 스마트 엔진 정비 공장도 증설 중이다.

특히 헬기에 이어 미 전투기 엔진까지 MRO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에서 라이선스 기술을 도입해 생산하는 F414 엔진은 KF-21뿐 아니라 미군의 F/A-18E/F 슈퍼호넷에도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용기 MRO 시장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군용기 MRO 시장은 올해 424억9000만 달러(약 59조원)에서 2030년 488억1000만 달러(약 6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필두로 이미 미군 함정 MRO 사업에서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군 함정에 이어 항공 MRO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앞서 미국 측이 국내 기업의 MRO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올해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국내 사업장을 찾기도 했는데, 이 중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오션의 경우 한국 조선업계 최초로 미군 함정 MRO 사업을 연속 수주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미 해군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한 이후 한 달 뒤에 '월리 쉬라'의 창정비를 수주했다. 월리 쉬라는 약 6개월간 MRO 작업을 거친 뒤 미군 측에 인도를 마쳤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달 초에는 미 해군 7함대 군수지원함 '찰스 드루' 정비 사업을 따냈다.

이 같은 미군 함정 사업 성과를 발판삼아 한화는 본격적으로 항공 MRO 역량 강화와 사업 수주를 위해 나설 전망이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에비에이션을 통해 미국 내 항공 엔진 MRO 전문 시설도 인수했다.

제프 루이스 한화에비에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국 내 항공기 엔진 MRO 시설 인수 사실을 밝혔다. 정확한 시설명과 규모 및 인수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해당 시설에 대해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영국 민간항공국(CAA) 인증을 모두 받은 곳"이라며 "(보잉 737에 탑재되는) CFM56 엔진을 비롯한 다양한 엔진을 전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FAA와 EASA, CAA 등은 모두 항공 분야 대표적 국제인증기관이다. 이어 루이스 CEO는 "이번 인수는 엔진 리스 및 자산 관리에 대한 수직 통합적 접근 방식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단계"라며 "자체 MRO 역량을 통합함으로써 엔진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미국 MRO 시장 내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육·해·공 종합 방산 솔루션을 목표로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강점으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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