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대대적 리브랜딩·브랜드 변화
매출·영업익 반등…1조 클럽 복귀 초읽기
올해 1조원 클럽 복귀를 눈앞에 둔 롯데리아가 다시 한 번 국내 패스트푸드업계의 중심에 설지 향후 행보에 업계와 소비자의 눈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김동선 버거(파이브가이즈)’의 수익성 악화설과 ‘쉑쉑버거(쉐이크쉑)’의 성장세 둔화가 맞물리면서 오히려 토종 브랜드인 롯데리아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롯데리아는 12년 만에 대규모 리브랜딩을 단행하고 브랜드 이미지 변신에 나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때 저가·올드한 이미지로 젊은 층에서 외면받던 롯데리아가 브랜드 정체성과 실적 모두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롯데리아는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수준의 리브랜딩을 시도했다. 1979년 대한민국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이래 오랜 기간 친숙함과 저렴함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최근 몇 년간 해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공세와 2030세대의 ‘감성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밀려 이미지 쇄신이 절실했다.
롯데리아는 새로운 슬로건 ‘Taste The Fun(즐거움을 맛보다)’과 함께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개했다. 소문난 익숙한 심볼과 로고는 더욱 간결하고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로 진화했다.
특히 한글 자소를 재해석한 시각 요소를 가미해 토종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범용성도 높였다. 메뉴명에도 ‘리아(Ria)’라는 고유명을 더해 불고기버거는 ‘리아 불고기’, 새우버거는 ‘리아 새우’ 등으로 브랜드 통일성을 꾀했다. 매장 내외부 디자인 역시 한층 세련되고 트렌디하게 탈바꿈했다.
이 같은 리브랜딩 시도는 수치로도 효과를 일부 입증 중이다. 롯데리아는 2020년 이후 매년 부진했던 실적에서 벗어나 지난해 롯데GRS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7% 증가, 영업이익은 무려 109% 급등했으며, 올해는 연매출 1조원 고지를 7년 만에 눈앞에 두고 있다. 2017년 이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토종 브랜드로서 자존심을 되찾았다는 평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가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도입하면서 1년 새 국내 매장을 8개로 늘렸지만, 수익성 악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한화그룹 김동선 부사장이 구조 개편에 나서는 중이라고 분석하며, 프리미엄 수제버거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고가 전략이 둔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쉑쉑버거 역시 식재료비와 인건비 부담,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외 수제버거들의 ‘고급화’ 이미지와 비싼 가격이 장기 불황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반해 전국에 12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롯데리아의 접근성, 합리적 가격정책, K푸드 트렌디 마케팅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롯데리아의 변신은 브랜드 통합과 글로벌 진출까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미 동남아 5개국에서 한류 버거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버거 종주국’ 시장에 정공법으로 도전장을 냈다. 한국의 맛을 앞세운 ‘리아’ 메뉴와 정교한 패키지, BI 디자인이 해외 진출 시에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무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진출·2030세대 공략 과제 남아
롯데리아 변화의 이면에는 과제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게 메뉴명 변화에 따른 고객 혼란이다. 익숙하던 ‘불고기버거’와 같은 명칭이 사라지고 ‘리아’가 붙으면서 오히려 일부 소비자 간 혼선이 발생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아울러 수제버거와 신흥 브랜드가 대거 유입된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롯데리아가 떠난 2030세대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붙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노후 매장 리뉴얼과 디지털 서비스, MZ세대 맞춤 마케팅과 브랜드 실험 등에서 끊임없는 변화가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고물가에 휘청였던 패스트푸드업계 분위기 속 롯데리아가 45년의 헤리티지와 신선한 변화를 동력 삼아 반전에 성공하는 모습"이라며 "김동선 버거, 쉑쉑버거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흔들릴 때 혁신을 위한 롯데리아의 움직임은 '부활 신호탄'으로 읽힌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