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지분 합병·매각·배당 시나리오
자본시장법안 국회 통과 시 합병의 어려움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되면 지분 매각 난항
현대글로비스 2363억원 연간 배당…분리과세 수혜
제도 개편 방향 따라 지분승계 방향 수정할 듯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찬 간담회에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찬 간담회에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의 의무공개매수제와 배당 분리과세 추진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승계 과정에서 복병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0% 활용 방안과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을 상속 지분을 흡수하는 게 남은 승계 과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승계 시나리오는 크게 합병, 지분 매각 및 취득, 배당 등 3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에서 마련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안이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물산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에 대한 재판 무죄 판결을 계기로 양 회사에 대한 합병이 재시도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참여연대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김종보 경제금융센터 소장(변호사)은 “당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 ‘사업시너지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 있었고,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합병계획이 철회됐다”며 “이제는 합병목적이 무엇이든, 합병비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당시 합병비율은 현대글로비스가 1, 현대모비스가 0.61이었다. 양사는 모두 상장사로 합병비율은 주식가격에 따른 기준시가를 계산해 정해진다.

그런데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훌쩍 넘는 반면, 현대모비스는 0.58배에 불과하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가진 정의선 회장은 현 주가가 합병에 유리하지만 현대모비스 일반주주는 불리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에선 상장사간 합병 시 주가가 저렴할 경우 순자산가치로 합병가액을 정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강일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합병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춰진다.

김종보 소장은 “현대차와 기아를 지배하는 게 핵심이고, 지배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이뤄진다”며 “합병 시도 전례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단순히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 취득할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걸림돌이 된다. 제도 도입 시 매수자의 인수 비용이 커진다. 그룹 내부(계열사)에서 지분을 흡수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도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해결을 위한 지분 매수 때도 의무공개매수 시 비용 부담이 커진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의 배당창구로 여겨진다. 2024년 현대글로비스 연간 배당 지출액은 약 2363억원이었다. 이 중 정 회장이 지분율로 따져 472억6000만원 정도를 수령했다. 이런 막대한 배당소득은 민주당에서 논의하는 분리과세 적용 시 더 큰 이득을 얻게 된다. 분리과세 되면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동기가 약해진다.

제도 변경 결과에 따라 정의선 회장이 승계 방안을 수정할 만한 구도다. 그밖에도 현대엔지니어링에 있는 11.7% 정 회장 개인지분은 상장을 통한 구주매출이 시도됐었지만 번번이 실패해 상속세 물납도 고려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무리한 합병이나 지분 매각·취득보다 삼성 총수일가처럼 배당을 수령하면서 상속세를 분할납부해 소화하는 방식이 무난해 보인다”며 “그런 면에서 분리과세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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