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총 2조원 제3자배정 증자
SK 및 7개 기관 참여…증자 후 11% 지분 확보
SK 지분 확대 의미 작고, 채무 상환 대신해
SK, 7개 기관과 PRS 계약도…손실 보전해줄 부담까지
SK가 SK이노베이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상환을 지원한다. 부실 자회사를 지원해 연결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상법상 이사충실의무가 강화된 만큼 부당 지원이나 지배력 확장으로 인식되면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제3자 배정 증자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증자금은 총 1조9999억여원이다. 전액 채무상환자금으로 쓰인다.
신주발행가액은 이사회결의일 전일을 기산일로 과거 1개월, 1주일,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구해 주당 11만1000원으로 정해졌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SK와 더블에스에버2025, 엠에스파트너스제일차, 엠에스파트너스제이차, 큐브이노제일차, 멀티솔루션써밋, 에스플로젝트에스인, 뉴스타그린테크제일차 7개 기관이다.
신주 수는 1801만8012개다. 신주 발행 후 SK와 7개 기관은 SK이노베이션 지분 10.66%를 확보하게 된다. 그중 SK는 2.13%를 얻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로서는 적지 않은 지분 희석율이다. 그럼에도 적자가 누적된 SK이노베이션의 채무상환 부담을 해소하는 조치인 만큼 증자 공시 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개정 상법상 이사충실의무에 주주이익이 추가된 실무상 효력은 주주간 불평등한 이사회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로 유권해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는 이번 제3자배정 증자로 주권이 희석되는 점에서 지배주주 SK와 차별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상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점에서 일반주주는 이번 증자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SK의 경우 기존에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이 55.91%나 돼 종속회사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여기에 2.13% 지분이 추가되는 의미는 지배력 측면에선 크지 않다.
오히려 회사 자금을 자회사 지원에 쓰는 부분이 SK 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될 소지가 있다. 증자금이 SK이노베이션 신사업 등에 쓰이는 게 아니라 단순히 빚을 대신 갚아주는 용도라 더욱 부정적이다.
특히 SK는 7개 신주인수기관과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7개 기관이 신주를 매입한 후 주가 변동으로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면 SK가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 일반주주는 SK가 추후 손실을 보전해 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SK 일반주주는 단기적으로 자회사 지원 재무부담 탓에 배당 여력이 줄게 되는 부분이 불리하다. 하지만 자회사의 부채 해결을 통해 장기적으로 연결 재무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 주주 토론방(네이버)에선 “중간지주 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 부채 문제로 유증하는 것 같은데 그룹 전체적으로 그리 좋은 일이 아닌 듯하다”, SK이노베이션 쪽에선 “재무구조 개선은 좋은 거지만, 유증으로 주주가치 희석, 이게 호재인가?” 등의 반응을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