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분리과세에 이어 상속세 개편…현대차·현대모비스 셈법 복잡
PBR 0.8 하한선, 가산세 폐지...세금은 줄지만 자본훼손 우려
당정 배임죄 완화 맞물려 시장 감시 무력화 지적

7월14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만난 모습. 사진=연합뉴스
7월14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만난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당분리과세 다음엔 집권여당에서 발의한 상속세 완화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라 관련 현안이 있는 현대차그룹 사례가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완화 취지지만, 자칫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2025년 세제개편안에 실린 배당 분리과세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이 의원은 또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인데, 상속이나 증여하는 상장 주식의 시가가 저조(순자산가치의 80% 미만)하면 순자산가치로 평가(순자산가치 80% 하한선)해 상속세를 부과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가산세 20%를 삭제하며, 상장주식도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상속세 경감과 동시에 주가 부양책을 담고 있어 상속 대상자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 주가가 낮으면 무조건 상속세가 줄었지만, 법안 통과 시 PBR 0.8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과 20% 가산세가 사라지는 이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해 계산이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근래 재계에서 상속증여세 현안이 두드러진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이 경우 정몽구 명예회장 개인 지분이 있는 현대모비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7배, 현대차가 0.5배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될 시 0.8에 미달하는 부분은 정의선 회장이 상속세를 더 내야 하지만 대신 가산세 20%가 줄어든다.

법안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평가하면 세금을 낮추기 위한 주가의 인위적 하방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물납을 위해 주가를 부양한다면 상속재산 분모도 커지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PBR 0.8까지는 주가를 하방할 필요가 사라지지만 0.8을 넘게 되면 상속세가 커지기 때문에 여전히 인위적 주가 하방 유인이 상존한다.

오히려 주가와 순자산가치를 동시에 떨어뜨릴 유인이 될 수 있다. 산술적으로 법안 통과 후 정의선 회장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순자산가치가 감소한 상태에서 주가가 0.8에 못미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결과를 조장한다면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소영 의원도 법안에서 “최대주주는 통상적으로 해당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루어지는 기업들의 경우 사업적 목적 외의 석연치 않은 계열사간 주식매매 및 유상증자, 합병, 분할 등을 통해 주가 저평가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곤 한다. 결국 한국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미만의 저평가 주식이 넘쳐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인위적 주가조작 행위를 법안 타당성의 근거로 인용했다.

더욱이 동시에 당정에서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또는 완화 법안은 이러한 부정 행위를 경영상 목적으로 포장시켜 시장 감시와 견제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경영자가 이해상충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위험을 어느정도 감수하면서 진취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며 “즉, 경영판단원칙 자체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경영판단원칙이 ‘남용’되어,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배임 행위에 대해서까지 회사를 위한 경영판단으로 눈감아주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발길을 돌린 이유는 배임죄 ‘남용’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비상경제점검TF 바로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산업재해·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를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지적했는데, 회사와 국내 자본시장을 해치는 경제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도 본질적으로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에서 정의선 회장의 지분승계 시나리오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내 개인 지분을 활용해 상속세를 마련하는 방안들이 거론돼 왔다. 이 중 현대글로비스 개인 지분(20%)은 과거 시도했던 현대모비스와 합병 방안이나 직접 처분을 통한 현금화, 배당 수령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당정이 배당분리과세에 합의한 만큼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유지하면서 배당금을 늘릴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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