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2분기 영업이익 8700억원 기록…전년 동기 대비 36.8% '쑥'
하반기 비계열사 수주 예정…미국 고관세·국내 부품사업 환경 변동성 관건
현대모비스가 2분기 실적 호조를 기록하면서 하반기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줄어든 반면 현대모비스는 40%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와 국내 부품 교체 관련 자동차 보험 약관 변경 등으로 변수가 남아있는 데 따라 향후 실적 방어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올해 2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6412억원이나 증발한 가운데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로 그룹 전체의 부담감이 낮아졌다.
이 중 큰 역할을 한 곳이 현대모비스로, 현대모비스는 2분기 매출 15조9362억원, 영업이익 87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 36.8% 증가한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본격화된 북미 전동화 공장 가동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 생산이 증가한데 따라 이곳에 공급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시스템(BSA) 등 부품 생산도 늘어났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부품 수익성 개선은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AMPC 보조금 450억원과 미국 전동화 공장 가동률 확대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듈조립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7조4032억원, 부품제조 부문은 7.7% 늘어난 3조603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애프터서비스(AS)부문의 경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3조3295억원, 영업이익은 8.9% 증가한 8280억으로 집계되는 등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수요 강세와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한 모습이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HMGMA 단지에 BSA 공장과 구동(PE) 시스템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상태로, 2분기에 미국 정부로부터 450억원 규모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도 받았다.
기존 그룹 계열사 중점이었던 수익원을 다변화한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을 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 외에도 유럽 완성차 업체 등에 고부가가치 전장 부품 공급을 늘리며 영업이익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고객사 수주는 21억2000억달러로 규모로 올해 연간 목표 금액의 28%를 달성했다. 특히 상반기 북미 지역 수주는 19억6400만달러로 올해 예상 수주(31억7700만달러)의 62%를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매출 30조6883억원, 영업이익 1조646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어 하반기에 전동화 및 핵심 부품 주요 수주 계획이 집중돼있어 비계열사 수주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현대모비스는 밝혔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인 편이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2분기 높았던 재고 수준과 전 지역에서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진행한 영향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면서 "관세 전가를 위한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부품 부문 실적은 상저하고 구조를 보이는데 고객사 대상의 연구개발(R&D) 비용과 개발비는 상반기에 미리 반영하고, 하반기에 이를 회수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벌써 2분기에 흑자로 전환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에서 EV에 제공되던 세액 공제가 9월 30일부로 종료됨에 따라 AMPC 축소 우려가 일부 존재하지만 현대차그룹의 HMGMA 신규 공장 가동으로 2분기 수준의 보조금 수령이 지속되며 관세 비용 확대를 일부 상쇄시킬 것"이라며 "또 전장 부품을 중심으로 한 부품제조 사업부 매출 증가세가 뚜렷해 하반기뿐 아니라 최소 2027년까지 실적 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부품 관세를 15%로 결정했으며 국내에서는 이달 안으로 부품 교체 관련 자동차 보험 개정안이 시행되는 탓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등 북미 내 생산업체는 여전히 무관세지만 한국산 부품은 15%의 관세를 적용받는 만큼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북미 생산량을 더 확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현대모비스의 높은 이익률을 보장해주던 AS 부품 부문에서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16일부터 자동차 수리 시 정품인 '순정 부품(OEM)' 대신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적용하는 자동차 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되기 떄문이다.
이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사고나 고장으로 보험 수리를 진행할 경우 대체 부품이 존재하면 해당 부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보험금이 산정되면서 현대모비스 등의 순정 부품으로 교체하려면 보험가입자가 추가로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물론 대체 부품에 대해 "품질을 믿기 어렵다", "인증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달라" 등의 반응들이 제기되고 있고 '강제성'이 아닌 선택권을 달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해당 개정안 시행 시 현대모비스의 이익이 바로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향후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해 대체 부품 사용이 늘어나면 정품 부품사도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모비스 부품은 다른 부품사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편인데, 이는 현대차그룹 보증 등 높은 수준의 서비스, 사후 관리 및 재고 관리가 이뤄지는 점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가 상반기 호실적에 이어 하반기까지 실적 호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한편 하반기 변수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