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달러 펀드 앞두고 업계 공동 대응 채비…정부·민간 '투트랙' 전략

최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국시장 진출 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최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국시장 진출 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한미 무역협상 타결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협력 태세를 다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국시장 진출 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TF는 각 조선사에서 임원과 실무자 각 1명이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지난주 첫 상견례를 마친 이들은 이달 중순 조선업계 여름휴가가 끝나는 시점부터 MASGA 관련 구체 방안 논의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TF는 업계 수요를 정부에 전달하고 MASGA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펀드 운영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 협의를 통해 총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중 약 43%인 1500억달러(약 209조원)가 조선 분야 협력에 배정되며, 단일 산업 기준 최대 규모의 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MRO)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협력 모델을 추진 중이다. 공적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자금조달과 보증을 맡는 구조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사업 모델이나 펀드 집행 방식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TF를 중심으로 시장 수요와 사업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향후 정부 논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해 펀드를 잘 설계하는 게 핵심”이라며 “미국 진출 수요를 업계로부터 직접 파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선 3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하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선소 설비투자, 일자리 창출, 기술이전 등 전방위 투자를 단행 중이며, 현재 연간 1~1.5척에 불과한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10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HD현대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공동 건조 협약으로 미국에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미국 방산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와는 납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현지 조선소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공동 건조와 사업 확대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MASGA 프로젝트가 단순한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한국 조선기술의 북미 진출을 위한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조선 빅3의 전략이 개별이 아닌 연합 형태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미중 기술패권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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