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향 제품 인도 지연…대규모 충당금 설정
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반도체 전문기업과 실적 비교돼
삼성전자 파운드리 이해상충 약점, 수주에 발목 잡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장기화가 예상된다. 당초 올해 안에 흑자 전환 기대도 있었지만, 2분기 실적 부진으로 이러한 낙관론은 사그라들었다. 특히 고객사 제품 인도 지연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테슬라향 수주에도,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겪는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는 여전한 취약점으로 지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에 대한 재고 충당금을 각각 반영했다. 이는 반도체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치는 어닝쇼크 주범이 됐다.
충당금 반영을 통해 2분기말 재고자산은 감소했다. 기초보다 기말 재고자산이 감소하면 그만큼 매출원가는 상승해 당기 영업실적은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충당금이 재고자산을 감소시키고 매출원가엔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됐다.
다음 분기부터 평년 수준으로 재고자산이 늘어난다면 거꾸로 매출원가는 감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예측한 대로 상저하고 실적이 가능한 이유다.
그럼에도 파운드리 적자가 계속될 부담은 삼성전자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의 건설 및 첨단 공정 연구개발과 수율 확보까지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단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을 키워 적자를 심화시킬 요인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건비 및 고정비 구조상 국내 대비 상대적으로 미국의 채산성이 낮다”며 “이 때문에 2026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흑자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라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비메모리 부문 영업적자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메모리 부문 엑시노스2500과 CIS 판매 증대 효과”로 적자 폭이 줄 것으로 봤지만 흑자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만 9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전문 경쟁사와의 실적 격차도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고객사의 영역에서 경쟁하면서, 위탁 수주 일감이 줄어드는 파운드리 부문 이해상충 부담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파운드리 전문기업 DB하이텍의 경우 2분기 700억원대 영업흑자를 봤다.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2%에 달했다.
앞서 퀄컴은 삼성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파운드리에 스냅드래곤 차세대 물량을 위탁하지 않고 TSMC 3나노 핀펫 공정에 맡긴 바 있다. 과거 TSMC가 삼성 파운드리를 추월했던 데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스마트폰 특허 분쟁이 발생하던 와중에 애플이 TSMC에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일감을 맡겼던 배경이 있었다.
반대로 테슬라가 전기차용 자율주행칩 제조를 삼성전자에 맡긴 데는 TSMC에 의존하고 있는 칩 공급선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면서, 삼성전자가 완성차 영역에 진입하지 않아 이해상충되지 않은 요인도 부각된다.
테슬라 일감은 수치상으론 크지 않다. 테슬라 계약분은 연간 2.8조원 기여가 예상된다(2025년 7월24일부터 2033년 12월31일까지 165억달러, 8년 연평균 20.6억달러, 환율 1380원 기준). 2.8조원은 삼성전자 2024년 비메모리 매출 26조원의 10.77%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테슬라 수주를 기점으로 파운드리 기술력을 입증해 다른 고객사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지만, 테슬라향 계약분 AI6 칩은 아직 준공되지 않은 테일러 공장의 일감으로 가동 후 수율 확보까지 여러 과제가 남았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