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석유화학·양극재 사업 업황 침체로 실적 부진 장기화
그룹 'BC' 역량 강화 위한 탄탄한 발판 필수…본업 회복 관건
LG화학이 본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소재 부문 사업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새 성장동력인 바이오와 친환경 소재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36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4922억원)이 반영된 결과로, 본업인 석유화학에서는 큰 적자를 내고 첨단소재 부문에서도 큰 이익을 내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사업은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업황 회복이 더딘 상황이고 첨단소재 부문에서도 중국업체 공세, 전기차 캐즘으로 주요 제품인 양극재의 판매량 감소, 판가 하락 등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석유화학사와 비교해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이 다양한 편으로 수익성 방어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감소를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사업은 스프레드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환율과 유가 하락 등 부정적인 래깅 영향이 더해져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화학은 중국발 증설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역대 가장 긴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물량이 전 분기와 비교해 30% 감소하고 판매 단가도 하락할 것"이라며 양극재에서만 149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주력 사업의 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는데 따라 LG화학이 추진 중인 고성장·고수익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그룹이 구광모 회장의 지휘 아래 새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ABC' 사업 중 B(바이오)와 C(클린테크) 영역에서 LG화학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본업 부진으로 성장엔진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LG화학은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6월 첨단소재 사업본부의 수처리 필터 사업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1조40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사업의 경우 친환경 사업이자 지난해 기준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이 650억원에 이르는 '알짜' 사업으로 분류됐지만 본업인 석유화학과 양극재, 그리고 새 성장동력 중에서도 바이오와 친환경 소재 사업을 위해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또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생명과학 사업본부에서는 지난 3월말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드'의 임상3상을 자진 중단하면서 통풍 분야에서 힘을 빼는 한편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테틱의 경우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됐긴 하나 바이오 사업이 대규모 비용이 드는 만큼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비만·당뇨, 항암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좁히는 모습이다.
이에 LG화학이 현재 영위 중인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신사업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LG화학이 중장기 목표로 내건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 과제도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LG화학은 새 성장동력인 바이오와 친환경 소재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재원 마련에 속도를 내고 본업 회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현재 비주력 자산 정리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중이다. 여수공장의 일부 생산설비를 정리하고 있으며 에틸렌글리콜(EG)·PVC·스티렌모노머(SM) 등 범용제품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편광판·필름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BPA(비스페놀) 사업부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직접 매각하지 않는 대신 이를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76%를 바탕으로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1조4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직접적인 매각은 피하면서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다.
특히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기 직구 구매에 나선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 6월 말부터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구매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LG화학은 첨단소재 부문에서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 소재 등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신사업 성장동력 마련하고 생명과학 부문에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 확보하면서 R&D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최근 자회사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을 통해 충남 서산시에 국내 최초 HVO(수소화 식물성 오일) 공장 착공에도 나선 상태다.
관건이 되는 것은 본업 회복 가능성이다. 긍정적인 점은 LG화학의 하반기 전망을 둘러싸고 비교적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는 논캡티브(비계열사) 대상 양극재 출하가 본격화되고 내년에는 생산설비 증설 효과로 출하량이 확대될 것"이라며 :역래깅 완화와 함께 중국의 공급과잉 산업 구조조정, 리튬 광산 생산 중단, 탄산리튬 가격 반등 등도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 신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최근 해당 LG화학 프로젝트에 10억 달러 규모의 보증을 통해 금융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김도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석유화학 영업손실은 549억원(추정)으로 적자가 지속됐지만 하반기부터는 석유화학과 양극재 부문 실적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증익과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부문 적자 축소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