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의계약, 하반기 경쟁입찰 분위기
개포우성7차,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소송전
개포우성4차, 롯데건설 수주 가능성 높아
2.75조 최대어 압구정2구역, 11일 입찰마감
여의도대교...삼성물산, 롯데 제치고 수주?
송파한양2차, 성수1·2지구, 경쟁 과열 양상
지난 1~5월 주택 인허가 건수와 착공 및 분양 물량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수의계약’이 대세였던 도시정비사업시장 분위기가 ‘경쟁입찰’로 바뀌는 흐름을 보임에 따라, 스트레이트뉴스는 2025년 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가름할 개포우성7차·4차, 압구정, 여의도대교, 송파한양2차, 성수전략제1·2정비구역, 서초진흥 등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별 경쟁입찰 주요 진행 경과 및 전망을 중점 보도한다. <편집자 말>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나 용적률 완화 같은 방향으로 가되, 민간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균형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한 말이다. 이어 “신도시를 또 만들기보다 활용 가능한 여러 부지를 활용하는 노력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용적률 상향과 재건축 분담금 완화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공공임대 비율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도시정비업계도 ‘6·27 대출규제’를 비롯한 수요 억제 정책은 단기적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주택 인허가 건수(11만438가구)와 착공(7만4276가구) 및 분양(5만2982가구) 물량이 전년 대비 각각 12.3%, 30.3%, 41.7% 감소했다. 공급이 시급하다는 시장의 시그널이다.
신규 택지가 줄어드는 상황, 서울과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릴 유일한 방안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확대와 더불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가 거론되는 이유다.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분위기 전환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회 유찰 후 수의계약’이 대세였던 도시정비사업시장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통한 ‘경쟁입찰’로 돌아선 분위기다. 도시정비사업이 실적 개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전국 42개 사업장 중 수의계약은 무려 90%인 38개 사업장이었으나, 현재 개포동과 압구정, 여의도, 성수동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등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관건은 이주비 지원 등 각종 금융 혜택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다. 6·27대출규제에 이주비가 포함되면서 조합이 건설사의 자금조달능력을 더 깊이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들은 경쟁 구도로 진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10조원 고지...삼성물산·현대건설 1등은?
2020년 ‘신반포15차’를 수주하며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시장에 복귀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상반기 수주액 약 6조17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수주액 3조6400억원을 넘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위였던 현대건설이 수주액 약 5조5357억원으로 1위 탈환을 노리며 추격 중이다.
삼성물산이 사상 최초 10조원 수주 고지를 노리는 가운데, 현대건설도 ‘압구정2구역’과 ‘장위15구역’, 전주 ‘전라중교일원구역’을 모두 수주할 경우 10조원 고지에 올라선다. 이어 상반기 수주액 순위는 포스코이앤씨 5조302억원, GS건설 4조1522억원, HDC현대산업개발 2조8272억원, DL이앤씨 2조6830억원 등이다.
개포우성7차, 삼성물산 vs 대우건설 ‘안갯속’
‘개포우성7차’는 올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중 1착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로 110길 15번지 소재 14층 15개 동 802가구 단지가 지하 5층~지상 최고 35층 1122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약 6778억원으로 3.3㎡(1평)당 880만원 수준이다.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쌍방에 대한 비방과 소송전까지 벌이며 혈투 중이다. 수주전이 과열되자 강남구청이 행정지도까지 내렸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사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면서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제안된 단지명은 대우건설 ‘써밋 프라니티’, 삼성물산 ‘래미안 루미원’이다. 대우건설은 세계적인 건축 거장 9인과 협업, 개포 지역 하이엔드 주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포부다. 삼성물산은 사업비 전액을 최저금리로 조달한다는 실용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포우성4차, 롯데건설 수주 가능성↑
‘개포우성4차(1985년 입주)’는 서울 강남구 언주로 117번지 소재 459가구 단지가 최고 49층 1080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조합 책정 공사비는 6498억원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초역세권에 대형 세대가 주를 이뤄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7월 25일 현설에 롯데, 포스코이앤씨, HDC현산, 제일건설 등 4개사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관심을 표명하다 현설에 참여하지 않았고, HDC현산과 제일건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입찰공고 이전부터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인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앞섰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앞세워 아예 이 사업장을 전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다만 올해 거듭된 안전사고 탓에 수장이 교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공사현장 중단에 이은 신규 수주 활동이 불투명하다.
오는 9월 9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본다. 그러나 조합이 포스코이앤씨의 안전사고 등을 감안, 올해 12월께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다시 낼 예정으로 알려진 게 변수다.
압구정2구역, 현대건설 8부 능선 넘어
‘압구정2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11·12차 아파트를 최고 65층 2572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장이다. 공사비는 2조7480억원, 3.3㎡당 1050만원으로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는 도시정비사업지 중 최대어로 꼽힌다.
재건축·재개발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큼 규모가 큰 사업장이라, 지난 6월 현설에 현대건설, HDC현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 BS한양, 제일건설 등 8개사가 참여했다. 오는 11일 입찰제안서 접수 마감 후, 8월 말~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조합이 원한 금융조건 확보를 위해 하나은행 등 13개 금융기관과 대규모 협약을 맺은 가운데, 업계 1위 삼성물산이 금융조건과 대안설계 제한을 이유로 입찰 불참을 선언해 사실상 현대건설이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주택 건설 후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을 제대로 이전하지 않았거나 행정 오류 등의 이유로 압구정2구역 중 302㎡를 소유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주민과 건설사 간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걸림돌이다. 조합원 소유 대지와 건물 지분을 확정해야만 수분양자 선정에 이은 후속 절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의도대교, 삼성물산 시공권 꿰차나?
‘여의도대교’는 영등포구 국제금융로7길 20번지 소재 ‘여의도대교아파트’ 일대 3만3418㎡ 부지를 최고 49층 912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장이다. 공사비는 7720억원 규모로 3.3㎡(1평)당 1120만원 수준이다. B3구역과 B11(공공시설용지)구역으로 구분, 용적률은 B3 469.99%, B11 225.38%다.
수익성이 강남권 못지않을 것이란 평가가 있어 지난달 18일 현설에 삼성물산, 롯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산, 금호건설 등 7개사가 참여했다. 8월말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가운데, 입찰 마감은 9월 2일, 시공사 선정 총회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포스코이앤씨의 입찰 참여가 불투명한 ‘개포우성4차’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며 전력투구하고 있어 삼성물산이 단지를 꿰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파한양2차, GS건설 vs HDC현산
‘송파한양2차(1984년 입주)’는 송파구 송파동 151번지 소재 10개동 744가구 구축을 6만237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9층 총 1346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6856억원 규모다.
7월 21일 현설에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산, DL이앤씨, 금호건설, 진흥기업이 참여했다. 오는 9월 4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입찰보증금은 현금 3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300억원 등 600억원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11월 8일로 예정돼 있다.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HDC현산이 먼저 물밑 작업을 개시했지만, 업계 예상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2파전이다. 안전사고 악재를 겪는 포스코이앤씨의 행보가 불투명해서다.
GS건설이 세계적인 설계그룹 ‘어반 에이전시’, ‘에이럽’과 협업, 지난 6일 조합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며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최근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을 거머쥔 HDC현산도 지난달 26일 세계적인 설계그룹 ‘SMPD’와 협업하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입찰의향서 제출은 아직이다.
성수전략제1정비구역, 입찰공고 전 과열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4개 지구(성수1·2·3·4)를 9428가구 규모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초고층에 한강 조망이 확보돼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만큼 치열한 수주전에 예상된다.
4개 지구 중 ‘성수전략제1정비구역(성수1지구)’은 성동구 둘레5길 16번지 일원 19만4400㎡ 부지에 최고 65층 3020가구 규모, 공사비 약 2조원으로 면적과 공사비에서 최고 알짜 입지로 평가된다. 9월 시공사 입찰공고, 11월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GS건설과 HDC현산, 현대건설 3파전을 예상한다. GS건설이 영국 건축그룹 ‘DCA’ 및 초고층 설계그룹 ‘에이럽’과 협업을 추진하고, 지난달 말 하나은행과 ‘성수전략제1정비구역(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 금융협약을 체결하는 등 가장 의욕적으로 움직인다.
최근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따낸 HDC현산과 도시정비사업 2위를 달리는 현대건설도 사전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3개 업체 모두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나, 벌써부터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합 집행부가 한 건설사와 식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부정청탁 고발장이 접수돼서다.
성수전략제2정비구역, DL이앤씨 사활 걸어
‘성수전략제2정비구역(성수2지구)’은 성동구 성수이로3길 22번지 일원에 최고 65층 2609가구를 재개발하는 사업장으로 공사비는 1조5000억원 규모다. 9월 중 입찰공고를 낼 예정인 가운데, 성수1지구와 마찬가지로 사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예상은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3파전이다. 가장 먼저 수주 의지를 표명한 곳은 DL이앤씨다. 이 지구 수주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초진흥, 정비계획안 변경 후 격전지 급부상
‘서초진흥(1979년 입주)’은 서초구 서초대로 385번지 소재 서초진흥아파트 단지를 최고 59층 857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장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약 6000억원이다.
강남역 인접 입지이지만 반응을 보이는 건설사가 없다가 올해 초 정비계획안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되고 용적률도 372.17%로 변경됨에 따라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GS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건축과 환경영향평가, 교통, 교육 등에 대한 통합심의 전이다. 하반기 중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이후 서울 8개 사업장 “대기 중”
‘장위15구역’과 ‘성수전략제3·4정비구역(성수3·4지구)’이 연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장위15구역’은 성북구 장위동 233-42번지 일대로 장위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이다. 공사비는 1조4700억원 규모다. 1차 입찰에 현대건설만 참여해 내달 2차 입찰에 나선다. ‘성수전략제3·4정비구역(성수3·4지구)’에는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다수 건설사가 입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목동아파트’, ‘삼부아파트’, ‘광장아파트’, ‘목화아파트’, ‘시범·공작아파트’, ‘진주·수정아파트’ 등이 정비계획안 통과나 서울시 통합심의 등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광장아파트’는 최고 49층 1314가구, ‘목화아파트’는 최고 49층 426가구 규모의 정비계획안을 마련, 연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래는 ‘2025년 상반기 건설사별 주요 수주 현황’과 ‘2025년 하반기 이후 전국 주요 예정 사업장 현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