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진 '반도체 관세폭탄' 100%...최근 상향 분위기에 찬물
반도체 최혜국 대우?…조석변개 트럼프 발언에 좌불안석

관세협상 이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하는 트럼프 美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관세협상 이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하는 트럼프 美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 발표를 목전에 두고 고심에 빠졌다. 최근 살아나는 경제 분위기에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려다 국내 1위 수출품 ‘반도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100% 품목관세 카드를 꺼내든 탓이다. 미국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해 상대적 수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1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제정부는 반도체에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지난 6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이달 새 정부 경제 성장전략과 함께 발표할 올해 성장률 전망치 추정에 중요한 변수다.

정부가 내놓은 최신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월에 발표한 1.8%다. 하지만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역성장, 미국관세 부과 등으로 대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내 주요 기관들이 0.8%대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이재명 정부 첫 발표인 만큼 1%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특히 2분기 성장세 개선과 최근 소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외국계 기관들도 낙관적인 입장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국과의 원만한 상호관세 타결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방침 발언이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품목관세의 최혜국 대우(유럽연합 기준 15%) 약속을 받아낸 만큼 100% 관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관세협상 이후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거나, 건설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들의 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언제 입장을 바꿀 지 모르는 트럼프대통령의 특성 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본도 미국과 15%의 상호관세에 합의했지만 미국 측이 일본과 합의한 '15% 관세'는 일괄 관세가 아니라 기존 관세의 추가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우리나라도 쌀·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를 놓고 미국과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반도체 품목 관세는 100%라는 높은 관세율에 더해 세부 방침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국간 해석상의 차이는 관세 면제 대상 반도체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한정한 것인지, 미국 내 생산기지 건설을 약속한 기업이 만든 모든 반도체에 해당하는 것인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을 악재로 반영할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정부 전망치의 반토막 수준으로 낮춰 1%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새 정부가 내놓는 첫 성장률 전망이라는 점에서 1%대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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