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취임 3주년 맞이한 김동관…방산·조선 성장세 '쑥'
기초석유화학 부진 심화…김동관, 사업 구조조정 작업 필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조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사업이 발목을 잡으면서 경영력 강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업황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방산·조선 부문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상승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2735억원, 영업이익 8644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방산 계열사 중 조선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오션은 매출 3조2941억원과 영업이익 3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6%, 1355.7% 상승한 호실적을 냈다.
지난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올해로 취임 3주년을 맞이한 김동관 부회장의 사업 전략이 점차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김 부회장 승진 전인 지난 2021년 한화그룹에서 방산·조선 부문 매출은 6조7602억 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19%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방산·조선 부문 매출이 21조4934억원을 기록하며 3.2배 늘었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39%에 달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은 11조7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조4252억원으로 301% 늘었다.
김 부회장이 승진하자마자 인수를 추진한 한화오션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인수를 추진하는 해였던 2022년에는 한화오션의 적자가 1조6135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 1964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이더니 지난해에는 23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호실적을 낼 전망이다.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로 현지 기반을 마련한 가운데 현재 미국 해군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방산과 조선 쌍두마차가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불황이 심화되면서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화학 계열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 위기를 상쇄해주던 태양광 사업도 불안정한 대외환경으로 인해 적자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화는 여천NCC의 운영을 놓고 DL과 분쟁 중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 대 50으로 합작해 세운 나프타분해시설(NCC) 기업인데,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고 중국발 저가 공급이 과잉되자 부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여천NCC는 연간 기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여천NCC의 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합작사 DL케미칼과 유상증자로 2000억원을 여천NCC에 수혈했지만 다시 이달 21일까지 약 31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올해 2분기에는 태양광 사업이 소폭 회복하면서 한화솔루션이 영업이익 1021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3분기에는 다시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태양광이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생산 셀 품질 이슈와 낮은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3분기 1000억원대 초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 단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3분기 일회성 요인이 지나가면 4분기부터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여천NCC 관련 사항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케미칼 부문과 신새쟁에너지 부문 사업을 병행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한화토탈에너지스(이하 한화토탈)도 차입금 1900억원에 대해 재무 약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시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한화토탈은 한화임팩트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의 합작사로, 2023년 적자로 전환한 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임채욱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비우호적 환경으로 주요 제품군의 스프레드와 가동률이 저조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미국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과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상승 기조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실적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위기 대응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방산·조선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석유화학사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이 그간 한화그룹의 핵심사업이었던 만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대표인 김동관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