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토옵티칼, LGD에 편광필름 공급, 애플 아이폰 패널까지 연결
ESG 민감한 애플…코발트·폭스콘 노동인권 문제 대응했던 전례
백혈병 산재 이슈로 공급망 관리 강화 요구 거세질 전망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12월3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원들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12월3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원들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뉴스1

한국니토옵티칼(일본 니토덴코 자회사)에서 발생한 백혈병 산업재해 이슈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편광필름 제조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노동자가 백혈병을 진단받은 사건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산재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니토옵티칼은 LG디스플레이 협력사이며, 애플향 패널 납품까지 공급망으로 연결된다. 애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인권 문제가 발생한 공급업체 비중을 축소하거나 대체한 바 있어, 공급망 관리 강화 요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백혈병 피해자 산재 인정…“병가도 못 받아”


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니토옵티칼 평택공장 백혈병 피해자에 대해 산재(업무상 질병)가 최근 승인됐다. 피해자는 지난 4월 25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했는데, 3개월 만인 7월 30일 서울남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판정 결과, 산재로 인정된 것이다. 당사자는 8월4일 ‘요양 승인’ 문자를 통보 받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8월7일 판정서 내용을 확보했다.

업무상질병 판정서에서는 “백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 검토한 결과, 신청인이 약 22년 이상 편광필름 제조업체에서 절단, 도공, 용해공정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확인되고, 제출된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포름알데히드가 반복적으로 검출된 사실로 보아 신청인이 장기간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고, 근무기간을 고려하면 누적 노출량이 신청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다고 판단되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적시됐다.

니토옵티칼은 당사자의 산재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통해 “포름알데히드나 톨루엔 취급을 했지만 개인 보호구 지급을 했고 공조기를 통한 전체 환기시스템의 실시 및 배합, 계량 등 유해물질 노출공정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 안전하게 관리했다”고 주장했으나, 판정위원회는 작업환경측정결과를 토대로 포름알데히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생한 백혈병으로 판단했다.

노조는 “그동안 니토옵티칼은 산재 사실을 부인하고 반박하며 치료비나 유급 병가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산재가 인정된 만큼 이제라도 당사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로 정당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는 회사가 평택에 제조공정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23년간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 편광필름을 제조해 온 분”이라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평생 투약을 하며 쇠약해진 몸으로 견디며 살아야 할 치명적인 직업병에 걸렸다. 회사는 이제라도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더욱이 “900여명이 일하는 (생산직은 400여명뿐인) 니토옵티칼에서 이미 드러난 혈액암 피해자만 최소 3명에 달한다”며 “숨쉬기 어렵고 땀이 차면 헐거워지는 개인 보호구 지급만으로는 유해물질 노출이 완전하게 차단될 수 없으며, 국소배기장치 및 환기시스템이 미흡해 발암물질에 노출돼 치명적인 혈액암 발병까지 이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인권 문제에 팔 걷었던 애플, 이번엔?


이런 노동자 인권 문제는 LG디스플레이와 애플 공급망 이슈로 직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는 주요 파트너 중 하나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용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있다. 더욱이 2025년 하반기부터 아이폰17 시리즈 및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양산이 시작되며 LG디스플레이의 공급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니토옵티칼은 이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

백혈병 이슈로 니토옵티칼의 생산 차질이나 애플의 공급망 윤리 기준 위반이 확인될 경우, 애플은 해당 공급처를 재검토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플은 ESG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며, 인권 문제가 발생한 공급업체에 대해 계약 중단 또는 공급 축소 조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코발트 공급망의 아동 노동 인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되며, 일부 광산에서는 아동 노동과 열악한 작업환경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에 애플은 2016년 이후 모든 코발트 공급업체를 공개하고, 공급망 내 아동 노동 가능성을 조사했다. 화유코발트 등 주요 공급업체와 직접 소통하며 인권침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애플을 “가장 책임 있게 코발트를 수급하는 기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애플의 주요 조립업체인 폭스콘에서는 2010년대 초반, 과도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다수 노동자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애플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심리상담 프로그램 도입 등 폭스콘의 노동환경 개선을 유도했다. 이후 공급망 실사 기준을 강화하고, 공급업체 행동강령을 도입해 노동자 권리 보호를 명문화했다.

백혈병 이슈뿐만 아니라 니토옵티칼은 고용승계를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겪어왔다. 니토덴코의 또다른 편광필름 제조 자회사였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집단 해고가 발생했고, 이 업체 역시 애플 공급망의 일부였다. 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자 화재보상금을 수령했지만, 한달 뒤 11월에 청산 결정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문제가 발생했다. 해고 노동자 중 박정혜씨는 불탄 공장 옥상에서 2년째 고용승계를 위한 농성 중이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이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에도 나섰지만,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사측 입장은 강경했다.

옵티칼하이테크의 LG디스플레이향 납품 물량은 니토옵티칼이 승계했고, 니토옵티칼은 새로운 노동자를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수 해고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일본 니토덴코 본사의 노조 혐오에 따른 기획 청산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부당해고 문제에 LG디스플레이와 애플 원청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유럽 공급망실사(CSDDD)를 비롯해 이미 OECD, UN, ILO 등은 다국적기업 인권 지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ESG 경영을 표방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이를 준수하고 있음을 밝혀왔으며,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지난해 노조는 LG디스플레이 본사를 방문해 항의했었다. 당시 노조 측 김두나 변호사는 “니토덴코가 LG향 물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청산 결정은 LG디스플레이의 용인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청산 과정의 인권 침해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지난해 말 애플코리아 본사 앞에서도 “공급망 정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제 기준에 따른 공급망 실사를 촉구했다. 애플의 공식적인 대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은 일반적으로 공급망 내 인권 문제가 제기되면 조사 및 시정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SG 기준을 강화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애플의 공급망 정책은 더 엄격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백혈병 산재를 포함해 고용 승계 분쟁 등 노동 인권에 대한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의 공급망 관리 강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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