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HVDC 해저케이블 시공 경험…국가 전략사업·글로벌 시장 동시 공략
해상풍력·초전도 전력망까지 포괄…차세대 전력 인프라 주도권 노린다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 5동을 준공해 아시아 최대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췄다. LS그룹 제공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 5동을 준공해 아시아 최대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췄다. LS그룹 제공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산업 확대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국가 전력망 확충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LS그룹이 송전·변전·배전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국내외 수주전에 나섰다. LS전선·LS마린솔루션·LS일렉트릭이 각각 해저케이블, 포설, HVDC(초고전압 직류송전) 변환설비 등 전문 기술을 결합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대형 해상풍력, 초전도 전력망 실증사업 등 전략 분야를 동시에 공략하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국내 유일의 제주~전남 HVDC 해저케이블 시공 경험을 기반으로 국가 기간망 사업에서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LS전선은 강원도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내 5동을 준공해 HVDC 생산능력을 4배 이상 확대, 아시아 최대급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남 영광 ‘안마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는 케이블 공급, LS마린솔루션은 포설을 담당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GW급 ‘해송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해저케이블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저케이블·포설·변환설비까지…LS의 ‘원스톱’ 전력망 해법


해외 진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대만전력청(TPC)이 발주한 294.5MW 규모 ‘TPC 해상풍력 2단지’ 프로젝트에서 1580만 달러 규모 시공 계약을 따내 국내 최초 해외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시공 사례를 만들었다. 여기에 튀르키예 테르산 조선소와 세계 탑5급 초대형 HVDC 포설선 건조 본계약을 체결, 향후 유럽·북미 장거리 해저망 구축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해당 선박은 케이블 적재 1만3000톤, 총중량 1만8800톤 규모로 HVDC 해저케이블과 광케이블 동시 포설이 가능하다.

LS일렉트릭 부산 공장에서 작업자가 초고압 변압기를 조립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LS일렉트릭 부산 공장에서 작업자가 초고압 변압기를 조립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LS일렉트릭은 변전 분야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 HVDC 변환용 변압기 상용화 이후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에서 변압기 공급 계약을 연이어 따냈고, 지난해 한국전력 발주 ‘500㎸ 동해안-동서울 HVDC 변환설비 건설사업’ 2단계에서 변환용 변압기 40대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용량 전압형 500MW급 변압기를 개발 완료해 ‘신부평 HVDC 변환소’ 적용을 앞두고 있다.

정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변환설비 예산은 약 4조8000억원 규모로 예상돼 변전 분야의 경쟁이 치열하다. LS일렉트릭은 부산사업장 2생산동 증설로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연간 2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확대, 서해안 사업 변압기 전량 공급이 가능한 CAPA 확보를 목표로 한다. 또 글로벌 HVDC 전문기업 GE버노바와 협력해 GW급 HVDC 밸브 솔루션의 국산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HVDC에서 초전도 전력망까지…차세대 인프라 선점 경쟁


HVDC 기술은 기존 교류 대비 송전 손실이 적고 동일 전압에서 최대 3배 전력을 장거리 송전 가능해, 재생에너지 연계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최적화돼 있다. LS전선의 제주~육지 전압형 HVDC 해저연계 상업 운전 완료 사례는 이를 상징하는 기록이다.

LS전선이 동해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을 포설선에 선적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LS전선이 동해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을 포설선에 선적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LS그룹은 HVDC뿐 아니라 차세대 전력망 분야도 선점하려 한다. LS전선·LS일렉트릭·한전은 지난달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 MOU를 체결하고 세계 최초 초전도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망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초전도 전력망은 대형 변전소를 10분의 1 규모 소형 스테이션으로 대체하고, 전력 손실이 거의 없어 도심 건설비 절감과 주민 수용성 향상 효과가 있다.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설계·생산, LS일렉트릭은 초전도 전류제한기·전력 기자재 공급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은 전력 품질과 안정성 요구가 매우 높아 HVDC와 초전도 전력망 같은 고신뢰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LS처럼 해저케이블-포설-변환설비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물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 부산 공장에서 HVDC 설비를 시험 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LS일렉트릭 부산 공장에서 HVDC 설비를 시험 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전력산업 전문가들은 HVDC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유럽 해상풍력 연계 수요 확대가 케이블·포설·변환설비 전 분야에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은 북해·발틱해 HVDC 해저망 구축을 확대하고, 북미에서는 해상풍력 허브와 육지 연결망에 VSC HVDC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LS그룹의 전략이 세계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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