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신화와 AI 시대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반도체 성공 신화는 ‘SK 원팀 정신’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 안목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 닫을 위기까지 갔던 회사를 살려낸 경험을 들어 AI 시대의 거대한 변화도 결국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곽 사장은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개회사에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 등은 SK와 만나 이룬 기적”이라며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과감히 투자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계열사 CEO, 학계·산업계 전문가 등 250여명이 참석해 AI와 디지털 전환(DT)을 주제로 사흘간 열린다.
곽 사장은 2012년 최 회장이 경영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한 사례를 되짚으며, 채권단 체제하에서 불가능했던 대규모 장비·설비 투자가 본격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형광등을 빼 전기를 아껴야 했던 시절을 언급하며 “포기하지 않고 버텼기에 HBM 개발이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SK 특유의 ‘수펙스(SUPEX)’ 정신을 강조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AI가 불러온 변화는 점진적 혁신이 아닌 기존 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며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SK그룹은 지난 6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 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 6만 장 GPU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2029년 완공 시 103MW 규모로, 향후 1GW급 확장을 통해 동북아 최대 AI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제 정세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도 집중 논의됐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와 징 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소장은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미·중 경쟁 구도 속 한국 기업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어 윤치원 SK㈜ 사외이사와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부서장 등이 패널로 나서 통상·외교 전략과 산업계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SK그룹은 포럼 이후에도 멤버사별 워크숍을 통해 SKMS 실행력 강화, 지속가능한 행복 실현 등 그룹 차원의 장기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포럼이 단순한 지식 교류를 넘어, AI와 DT를 중심으로 한 SK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자리로 평가하고 있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존폐 위기 속에서도 HBM을 만들었듯 AI 시대의 도전도 해낼 수 있다”며 “아는 것이 곧 길은 아니며, 끝까지 나아가려는 태도가 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딥체인지’와 AI 중심 전략이 SK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을 열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