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내수 한파 속 하이트진로, 실적 감소 폭 최소화
오비맥주, 점유율은 지켰지만 수익성 방어는 실패
롯데칠성, 국내 부진 속 해외 매출 급성장으로 만회
국내 주류 시장을 대표하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2분기 성적표가 최근 잇따라 공개됐다.
3사 모두 전반적인 내수 침체와 시장 환경 악화의 벽을 온전히 넘어서진 못했지만, 하이트진로는 적극적인 내부 구조개편과 비용 효율화를 바탕으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최소한의 감소 폭을 보이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3사의 2분기 성적이 전반적으로 둔화된 데는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 △음식점 등 주류 유통 주력 채널의 매출 하락 △다양한 건강 및 ‘비음주’ 트렌드 확산 △ 연이은 천연재해 및 폭염 등 복합적인 배경이 자리했다.
국세청과 한국신용데이터 등 산업계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고, 특히 술집 등 외식업종 매출은 9.2% 감소하는 등 주류 소비의 뿌리가 되는 시장 자체가 흔들린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의 고물가, 주류 및 원부자재 가격 인상, 고환율 부담,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경향 확대 역시 실적 부진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466억원, 영업이익 644억원, 당기순이익 3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5%, 순이익은 무려 25%나 하락했다. 소주 매출은 3824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으로 각각 4.7%, 14.9% 감소했고, 당기 이익률 역시 5.1%로 전년 6.6%에 비해 축소됐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 외식업 부진 등 계절·산업적 악재로 소주 소비가 뚜렷하게 위축된 게 실적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하지만 맥주부문에서는 다소 선방했다. 맥주 매출 2082억원, 영업이익 117억 원으로 각각 0.9%, 13%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맥주 가격 인상 전 발생한 ‘가수요 효과’와 테라·켈리 등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효율을 냈다고 평가한다.
하이트진로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주류 시장 전반의 축소 속에서도 적극적 비용 효율화와 시장 대응으로 매출 등락폭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규모 유지뿐 아니라 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판촉 활동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하이트진로의 향후 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을 2.4%로 전망, 아시아 음료산업 평균에 비하면 낮지만 내수 침체와 변동성 시장에서 보여주는 견고한 대처력을 높게 평가한다.
오비맥주의 2분기 실적은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모회사 AB인베브가 실적 발표에서 “한국 시장에서 한 자릿수 후반대(7~8%)의 매출 감소”를 언급했다. 국내 맥주 출고량이 3% 줄어든 현 상황에서 오비맥주 역시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주류시장 전반적 거래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주요 맥주 브랜드를 평균 2.9% 인상했다. 하이트진로 등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하게 인상했다. 그 여파로 소비자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꺼지면서 출고 및 매출이 하락했다.
희망적인 부분은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 프레시’가 상반기 가정 맥주 시장에서 48.8%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는 점으로, 제품력 측면에서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를 방어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점유율 1위가 곧 수익성 방어로 직결되지 못하는 시장 상황의 녹록지 않음도 드러났다.
롯데칠성음료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73억원, 영업이익 624억원, 순이익 27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1.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5% 증가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부문별로 보면 내수 음료 매출이 4919억원(-8.5%), 영업이익 237억원(-33.2%)으로 부진한 성과를 냈다. 고환율, 원재료비 부담 등 비용 환경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주류 부문 매출 역시 1891억원(-6.5%), 영업이익 29억원(-9.4%)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소주, 맥주, 와인 모두 각각 분기 매출이 감소했으며, 대표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역성장해 전체 소주 매출을 끌어내렸다.
반면 새로 출시된 소주 ‘새로’는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전략이 일부 통했다. 긍정적인 신호는 글로벌 부문의 성장이다. 2분기 글로벌 사업 매출 4434억원(+15.2%), 영업이익 358억원(+70%)으로, 국내 부진을 해외에서 일정 부분 만회했다는 평가다.
◇주류 3사, 하반기 시장 방어 위해 판촉·브랜딩 '총력전'
올해 2분기 3사의 공통적 이슈는 내수 시장 한파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 약화로 요약된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국내 소비 행태 변화, 헬시플레저와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확산, 술집·음식점 등 기존 주류 유통 주력 채널의 몰락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났다. 고물가·고환율·원부자재 부담 등 외부 환경 변화도 실적 하락의 변수로 작용했다.
이 중 하이트진로는 상대적으로 영업이익과 매출 감소폭이 작았고, 내수 부진 흐름에도 맥주 부문 성장이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효율적 비용 관리와 브랜드별 주력 상품(테라, 켈리 등) 특수효과, 공격적 마케팅이 맞물려 대응력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주류 3사 중 하이트진로가 2분기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오비맥주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수익성은 둔화했고,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부진을 글로벌 실적으로 만회한 점이 두드러진다.
3사는 남은 2025년 하반기에도 판촉, 제품 포트폴리오, 글로벌 시장 공략 등으로 수요 진작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하반기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판촉 활동 확대, 해외 시장 진출을 병행해 국내외 시장 방어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여름 특수조차 위태로운 내수 한파 가운데서도, 하이트진로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