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SKT)에 연말까지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도록 결정하면서, SKT는 전례 없는 압박에 직면했다. 해킹 사태로 고객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 규제까지 겹치며 시장점유율 하락과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를 ‘위기 속 상생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SK텔레콤 가입자가 올해 말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를 신청할 경우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고, IPTV·인터넷 등 유선 결합상품 위약금의 절반도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SKT가 지난달 발표한 ‘14일까지 해지자 한정 위약금 면제’보다 훨씬 폭넓은 조치다.
이번 결정은 해킹 사태로 흔들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섰다는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어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기 재무 부담보다 장기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 줄며 뼈아픈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위약금 면제 조치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피해자 구제 노력’으로 반영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오는 27일 내릴 과징금 결정에서 감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성격을 띤 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통신업계는 이번 사태를 SKT가 향후 ‘책임 경영’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위약금 전액 면제가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사례로 자리매김한다면, 당장은 가입자 이탈이 늘더라도 장기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SKT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신사업 확대 과정에서 ‘데이터 보안’과 ‘고객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정부·소비자와 관계를 개선하면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외신은 이번 사태를 “한국 1위 통신사가 위기 속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대승적 결정을 내린 사례”로 평가했다.
다만 우려도 없지 않다. 위약금 면제 범위가 광범위해 예측 불가능한 재무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SKT는 이미 해킹 이후 자체 보상 프로그램과 요금 감면 등을 시행해왔던 만큼, 이번 조치가 새로운 리스크라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손실 확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부에서도 SK텔레콤이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면 향후 통신 시장 안정화와 개인정보 보호 제도 개선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규제 당국과 기업이 대립하기보다 협력하는 모양새는 산업 전반 신뢰 회복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위약금 전액 면제 조치는 SK텔레콤에게 ‘손해를 감수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당장의 재무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과 과징금 감경, 장기적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다층적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서다.
한 통신전문가는 “SK텔레콤은 위기를 방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공격적 행보를 택한 셈”이라며 “단기 성과보다 장기 이미지 관리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이번 조치가 반전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