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트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회동하며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났다.

이날 두 사람은 오찬을 함께 하며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앞서 삼성전자는 게이츠재단이 저개발 국가를 위해 2011년 시작한 신개념 위생 화장실 보급 프로젝트 'RT(Reinvent the Toilet·재발명 화장실)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게이츠재단은 가정용 RT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8년 삼성전자에 지원을 요청했고 삼성은 3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 회장은 프로젝트 진행 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메일, 전화 및 화상 회의를 통해 게이츠 이사장과 의견을 주고받는 등 프로젝트를 직접 챙겼다.

이후 2022년 8월에는 방한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RT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도 가졌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게이츠 이사장은 RT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삼성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날에는 최태원 회장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게이츠 이사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최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SK가 2대 주주인 미국 테라파워의 SMR(소형모듈원전) 기술 개발 및 상업화 관련 전략적 협력 방안과 함께 10년 이상 이어온 백신 분야 협업의 확장에 대해 협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2008년 SMR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회동에서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SMR 안전성과 효율성,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 하자"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경우 앞으로 SK와 테라파워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SK그룹과 게이츠 재단 측은 전날 회동에서 공공 백신 분야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추진 중인 차세대 팬데믹 대응 백신 등 예방의약품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신규 백신 개발과 포트폴리오 강화, 미래 팬데믹 대비 제품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SK그룹과 게이츠 재단 측은 이날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쇄 회동을 갖고 협력 방안 논의를 진행했다.

한미 협력 기반의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 등 협의를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게이츠 이사장이 면담한 자리에 SK그룹의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설루션사업단장단장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SK그룹과 테라파워는 SMR 투자와 기술 개발,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상업용 원자로 개발 경과 등을 발표했다.

아울러 SK그룹은 오는 2040년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해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정부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제도 도입 등을 산업부에 요청했다.

테라파워의 또 다른 국내 협력 그룹인 HD현대의 정기선 수석부회장도 이날 게이츠 이사장과 회동을 가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게이츠 이사장 및 테라파워 경영진과 만나 나트륨 원자로의 공급망 확대 및 상업화를 위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의 만남은 지난 3월 미국에서의 회동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시 HD현대와 테라파워는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D현대는 SMR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라파워에 나트륨 원자로의 주요 기자재인 원자로 용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테라파워가 개발중인 나트륨 SMR은 4세대 SMR로, 상업 운전과 무전원 공기냉각 기능 등으로 안전성이 높고 열에너지 저장 장치와 결합돼 자유롭게 출력 조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원자로 대비 40% 적은 핵폐기물을 배출하고 재생에너지와의 호환성도 커 현존하는 SMR 가운데 안전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사는 기존에 체결한 MOU를 통해 나트륨 원자로의 글로벌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공급망 확대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차세대 SMR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현을 위한 핵심 설루션"이라며 "양사 간 협력은 글로벌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HD현대는 테라파워와 함께 조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용융염 원자로 기술 개발 협력에도 착수하는 등 SMR을 활용한 추진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