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서 산업부장/부국장
박응서 산업부장/부국장

“우리는 모회사를 쪼개거나 기업 가치를 나누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업 가치를 더하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LS그룹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LS파워솔루션, LS MnM 등 주요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중복상장’으로 묶어 비판하고 있어, 투자를 받아 기업과 산업 발전을 모색하려던 LS그룹이 주춤하는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했던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시각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LS그룹 상장은 성격이 다르다.

대표 사례인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던 회사를 인수해 상장폐지 후 글로벌 1위 전선 제조사로 키웠다. 전기차 모터, 데이터센터, 초고압 변압기에 들어가는 구리선 등 미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번 상장은 구주 매각이 아니라 신주 발행을 통한 성장 자금 확보다. 기존 회사를 쪼개거나 분할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중복상장’이라는 지적은 왜곡된 측면이 크다. 모회사 가치를 깍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인수 기업을 상장시켜 모회사 가치를 더 키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파급력까지 기대할 수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모회사가 무리하게 차입해 투자에 나서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오히려 주주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반면 신주 발행을 통한 IPO(기업공개)는 성장기업과 투자자, 모회사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전력 수요는 데이터센터·AI 산업 확장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 전력 기자재, 이차전지 소재는 단순한 기업 이익을 넘어 국가 경제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분야다.

그럼에도 여론은 종종 단순화된 프레임을 씌운다. 물적분할 기업의 상장, 오너 일가 지배구조 강화, 중복상장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와 산업이 함께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가려진다. IPO 시장이 위축되고, 제조업 투자 의지가 꺾이는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난다. 주요 대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과 투자자 판단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은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은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자본시장은 이를 평가해 선택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프레임으로 기업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산업 기여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일이다. LS그룹 상장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기업을 시장으로부터 평가받게 하는 것이 곧 합리적이고 국가 경제에도 유익한 길이 아닐까 싶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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