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주주행동·총집회로 사측 압박 강화
2분기 AI로 호실적이지만 사업 동력 상실 우려↑
네이버가 올해 3월 이해진 의장의 복귀에 이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AI(인공지능) 사업 성장을 이어가려는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초격차 AI 기술 기업 도약을 위해서 적극적인 내부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오는 27일 집회를 열고 원청(네이버)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총집회를 통해 네이버 경영진의 책임을 다시 묻는다는 방침이다.
이들 노조는 앞서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의 네이버 사옥 앞에서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집회를 연 바 있다. 당시 노조는 "6개 법인 모두 네이버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지만 사내하청 구조로 분리돼 있다"며 "원청이 동일한 업무를 하청 형태로 운영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어 같은 가치의 노동에 차별적인 임금과 복지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집회와는 별개로 네이버 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사임했던 최인혁 테크비즈니스 대표의 복귀를 막기 위한 주주행동에도 나선 상태다. 소액주주의 힘을 합쳐 이사회 투명성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부터 네이버 노조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장을 받기 위한 온라인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받은 위임장을 토대로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주주명부 열람을 청구할 예정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네이버 소액주주는 95만2342명으로, 전체 주주의 99.9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노조는 "수백·수천 명의 주주이자 직원이 함께 요구하면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네이버의 최 대표의 복귀 결정이)상법과 네이버 정관에 규정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5월 실시한 최 대표 복귀 찬반을 묻는 투표에 전체 조합원 5701명 중 4503명이 참여해 98.8%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 대표는 과거 네이버에서 COO를 맡고 있던 당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경영진으로서의 조치 미흡으로 고용노동부의 경고를 받고 사임한 바 있다.
네이버가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AI 역량 강화가 두드러지면서 외부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로 분위기가 냉각되는 모습이다.
올해 3월 이해진 의장의 복귀에 따라 네이버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검색, 커머스 등 전 사업 부문에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온 것이다.
특히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초거대 AI 모델을 도입하면서 AI 사업 확장에 나섰고 최근 정부가 선정한 AI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연구개발비도 대폭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1조386억원으로, 전년 동기(8957억원) 대비 16% 증가했다. 국내 AI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매출의 20~25% 규모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해 기술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의 2분기 실적은 매출이 2조9151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으며 영업이익도 52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7%, 10.3%씩 증가한 규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를 자사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는 '온 서비스 AI' 전략을 통해 매출 성장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6월 신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AI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소버린 AI'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이 무색할만큼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AI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신뢰가 무너지면 신사업 추진 계획도 어긋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소통으로 원만히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의 강경 대응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여전히 제도적, 문화적 개선을 위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조 역시 이를 위해 다양한 제안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가 반성도 없이 복귀하고 그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넘어선 비공개 설명회 개최, 이해할 수 없는 최 대표의 복귀 의사 결정, 구성원과 노조의 공식적인 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조직문화는 건강한 기업문화의 퇴행이자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