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달 상법 개정 본격 논의 예정…‘주주가치 제고’
​​​​​​​자사주 비중, 샘표 29.9%로 최고…롯데 27.5%로 뒤이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자사주 비중이 큰 유통·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미해결 상태인 기업들은 대응 전략 수립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사안은 최근 김남근 민주당 의원(1년 이내)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6개월 이내)의 개정안 발의로 속도가 붙고 있다.

국회가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해외 기업에 비해 배당 성향과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사주를 매입하고도 소각하지 않아 주주가치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단순히 주가 관리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사주가 특정 세력에 유리하게 동원되면서 ‘편법적 지배력 강화’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샘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당시 자사주를 대거 매입해 방어 수단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유통·식품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지주(27.5%), 샘표(29.9%), 오뚜기(14.18%), 하림지주(13.16%), 국순당(11.90%), KT&G(11.60%)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빙그레는 지난 4월 자사주 일부(발행주식의 3%)를 소각해 보유 비중을 7.47%로 낮췄다. 반면 신세계(9.1%), CJ(5.98%), 현대백화점(4.4%) 등은 일정 수준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 롯데, 대규모 자사주로 ‘최대 변수’ 부상…경영권 셈법 복잡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롯데지주다. 롯데는 2017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 분할과 순환출자 해소를 거치며 대규모 자사주를 확보했다. 현재 발행주식의 27.5%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자사주가 단순한 비율을 넘어 경영권 분쟁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경영권 갈등이 수년째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처리 문제는 곧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직결된다.

현재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 호텔롯데 → 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이중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쥐고 있는 탓에 ‘한국 롯데의 독립성 부족’이라는 비판은 상시적으로 제기돼 왔다.

따라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이 제도적으로 차단될 경우, 롯데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국 중심의 단일 지배 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지분 정리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동시에 투명성 강화 요구에 부응해 불가피하게 추진될 수밖에 없는 과제라는 평가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낮은 PBR 개선을 목표로 실적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상장사·비상장사 실적 개선, 주주환원율 35% 이상 달성, 중간배당·자사주 소각 검토, 배당기준일 변경, 지배구조 지표 준수율 80% 달성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구체화될 경우 이에 맞춘 추가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업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자칫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영권 방어, 유연한 자금 운용 등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자사주 보유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은 있지만 기업마다 재무 구조와 지배구조 상황이 다르다”며 “일률적인 의무화는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업종·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선 식품기업은 KT&G와 남양유업에 그쳤다. KT&G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올 1분기 3600억원 규모(발행주식의 2.5%)를 소각했으며, 남양유업 역시 같은 기간 약 2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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