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고데기·바디제모기·헤어드라이기 5천원에 판매
쿠팡·이마트·위메프·롯데마트 등 대응 불가피
다이소가 생활가전 4종을 5000원 균일가로 내놓으며 유통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무선 청소기, 고데기, 헤어드라이기, 제모기 등 소형 가전을 초저가에 출시하자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온라인몰과 중저가 브랜드까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 28일 무선 핸디 청소기, 판 고데기, 전동 바디 제모기, 접이식 헤어드라이기를 신상품으로 선보였다. 모두 5000원에 판매되며 기존 온라인몰과 대형마트에서 동일 카테고리 제품이 1만~3만원대에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하 가격이다.
핸디 청소기는 차량 내부나 창틀 등 좁은 공간 청소에 적합하며 노즐 교체와 분리 세척이 가능하다. 전동 제모기는 버튼 하나로 작동하고 면도날 세척이 가능하다. 드라이기와 고데기는 휴대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다이소의 이번 행보를 경기 침체 속 가성비 소비 확산 전략으로 본다. 이미 지난해 화장품과 올해 초 건강기능식품으로 초저가 돌풍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은 3000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6만원 대 샤넬 제품과 유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다이소 샤넬밤’으로 불리며 품절 사태로 이어졌다. 올해 초에는 제약사 3곳과 협업해 3000~5000원대 건기식 30여 종을 출시, 저가·소포장 전략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며 편의점·대형마트의 시장 진입을 자극했다.
실적도 뒷받침된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9689억원, 영업이익은 3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7%, 41.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9.35%로, 이마트·쿠팡 등 주요 경쟁사의 1~2% 수준을 크게 웃돈다. 초저가 전략이 단순한 판촉이 아니라 수익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형마트는 생활가전 코너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이소의 가격 공세에는 PB상품 강화나 할인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 역시 과거 ‘가성비 화장품’을 뒤따라 출시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일부 소형가전이나 뷰티가전 진열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쿠팡·네이버스토어·위메프·티몬 등 온라인몰은 1만~2만원대 소형가전을 특가 상품으로 판매해왔지만, 다이소의 5000원 전략 앞에서 경쟁력이 희석될 수 있다. 샤오미·아이리버·브리츠 같은 중저가 브랜드도 동일 카테고리에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브랜드 필립스·파나소닉·유닉스는 직접 경쟁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다이소 제품을 ‘체험용’으로 먼저 구매하면서 중고가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잠식 효과를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다이소의 생활가전 시장 진입이 단순한 신상품 출시를 넘어 가성비 소비 흐름을 전방위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화장품 시장에서 나타난 가격 파괴 현상이 이번에는 가전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다이소의 초저가 전략은 단순히 가격 경쟁을 넘어 소비자 인식 자체를 바꾼다”며 “대형 유통사와 브랜드 업체들이 가격·품질·서비스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시장 주도권이 다이소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초저가 마케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과도한 출혈 경쟁은 결국 업체들의 체력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격 정상화와 품질 신뢰 확보를 병행하지 않으면 시장 왜곡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