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조선3사, 다음달 공동 파업 예고…HD현대중·미포 합병도 새 쟁점
현대차·한국GM 등 완성차 임단협 난항에 반도체 SK하이닉스도 갈등 여전
최근 국내 산업 전반에 파업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임금 협상 난항으로 인한 갈등을 비롯해 하청 노동조합 교섭 요구 등이 맞물리면서 파업 분위기가 더욱 확산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국내 주요 산업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서 노조 파업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그룹 조산3사는 다음달부터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이미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로 지난달 11일 첫 파업을 진행했다. 이후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측에 강하게 맞서는 중으로, 29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4시간 가량의 파업 지침을 내리고 실행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20일 상견례 이후 10여 차례 교섭한 끝에 지난달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긴 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6차례 연속으로 더 교섭했지만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계획이 노사 갈등의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합병으로 인한 전환 배치, 국내 생산물량 감소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고용안정 협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중이나 사측과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합병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제도와 인력 개선에 대한 회사 입장을 요구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중복사업에 대한 희망퇴직 등 고용불안과 사측의 일방적인 전환 배치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파업 위기도 심화되면서 생산 차질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는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사측의 자산 매각 추진 반대, 대규모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하루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조는 "고특위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는 고용 안정에 한정돼 있고 사측은 군산공장 폐쇄나 부평2공장 가동 중단 때처럼 해고 대신 전환 배치만 논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라며 "90일 동안 협의해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원래 계획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영 정비 조합원 전환 배치 논의가 시작되면 이는 곧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고, 순차적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GM은 지난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직영센터 직원 고용은 보장되고 부평공장 유휴 자산과 토지 매각도 생산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노조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GM의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최근 현대차와의 MOU를 체결하면서 미국에서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8일 임단협 19차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다음달 1일부터 주말 특근 등을 중단하면서 투쟁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의 양보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안을 요구하는 동시에 다음달 연장근로와 주말 특근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데 따라 파업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례적인 노사 갈등을 겪으면서 파업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크게 대립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앞서 지난 6일 청주사업장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노조 결의대회에는 30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으며 이밖에도 SK하이닉스 이천·청주·사무직 노조가 SK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등 연이어 쟁의활동을 진행해왔다.
사측은 파업을 막고자 전임직 노조, 기술사무직 노조와 지난 26일, 27일 각각 추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해당 추가 교섭에서도 노사는 초과이익분배금(PS)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전임직 노조와는 29일 교섭을 진행한 가운데 기술사무직 노조와는 다음달 초 교섭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만약 이번 최종 협상까지 결렬되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공식적인 쟁의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