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수소경제 선도’라는 구호와 달리 핵심 사업에서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메가스테이션 무산, 해외 청정수소 사업 중단, 생산기지 적자 등 성과 부진이 이어지며 추진 의지 자체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가스공사는 ‘기술 미성숙과 수요 부족’을 이유로 들며, 상황이 바뀌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2030년까지 수소생산기지 25개, 충전소 152개 구축이라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까지 완공된 충전소는 55개, 추진 중인 물량을 포함해도 70개에 그친다. 달성률은 절반에도 못 미쳐 향후 5년간 연간 18개 이상을 지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 메가스테이션 좌초, 상징 잃다
대표 사업이던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은 2024년 착공조차 이루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상징적 사업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한국가스공사는 기술 자립 부족, 인프라 미흡, 초기 투자비 부담,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파트너사인 GS칼텍스의 사업 종료도 변수였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정부 장기적 지원과 기술 내재화, 시장 상황 변화 시 재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청정수소 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이에 대해 “액화수소 운반선과 저장탱크 등 핵심기술의 낮은 성숙도로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도입 시기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이넷 유상증자 불참에 대해서는 “합작투자 계약상의 출자 의무는 완료했으나, 정부 목표 대비 37% 수준에 불과한 수소차 보급률 때문에 전략적으로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미 운영 중인 거점형 생산기지의 적자도 문제다. 올해 1월부터 운영 중인 거점형 수소생산기지가 수소차의 보급률 저조와 주변 석유화학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와의 가격경쟁으로 적자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광주와 창원 기지가 최소 가동률 조건에서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기본계획 수립 당시 정부 수요전망과 지자체 보급계획 등을 반영해 경제성 분석을 실시했으나, 경기 침체와 수소시장 공급과잉으로 차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다만 “가동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연간 손익 종합분석은 불가하고, 자료는 영업비밀로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정부 투자지원사업으로 인프라 확충과 가격 안정화에 목적이 있으며, 수소차 보급 확대에 따라 손익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제성 분석 부실과 수요 예측 실패가 명확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 수소충전소 152개 공언, 현실은 55개
충전소 보급도 계획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152개 목표는 2021년 비전2030에서 제시한 것”이라며 “정부 계획 대비 낮은 수소차 보급률로 충전소 적자 운영이 발생해 보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가스공사는 2024년 자산·역량 활용 및 기술 성숙도가 높은 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수소산업 추진 로드맵’을 재편했다. 같은 해 신규 충전소 7곳을 지었고, 2025년에도 7곳 추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안전한 운영과 수요 발굴을 통해 적자 감소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2024년 조직 개편에서 수소사업본부가 ‘단’으로 격하되면서 사실상 사업 비중 축소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수요 부족과 기술 미성숙으로 일부 사업을 조정한 것일 뿐 비중 축소가 아니다”라며 “중장기 경영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예산·조직·인력을 재배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2025년 4월에는 ‘수소안전부’를 신설했다.
거점형 생산기지를 추진한 실무진 징계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가스공사는 “징계가 아닌 단순 경고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실무진에게 전가했다”는 불만이 여전히 나온다.
◆ ‘성장동력’ 공염불에 청사진은 어디로
이처럼 한국가스공사의 수소사업은 당초 청사진과 달리 후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사업은 무산되거나 중단됐고, 충전소 보급 속도는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진 의지 약화와 경제성 부재가 분명하다”고 비판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이에 대해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한 e-메탄 개발, 발전용 수소전용배관 구축, 액화수소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청정수소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여전히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신 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가스공사가 제시하는 성장동력이 실현 가능성보다 ‘명분 쌓기’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 성숙도와 수요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청사진만 반복 제시하는 것은 시장을 호도하고, 투자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확실한 실행 기반 없는 성장동력 강조는 한국가스공사의 신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