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시 제공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시 제공

철강산업도시인 경북 포항의 이강덕 시장이 이틀 연속으로 미국에서 시위를 벌이며 철강관세 인하를 촉구했다.

3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 시장을 비롯한 포항시 대표단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철강 관세 검토를 요구하며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 시장은 "PLEASE RECONSIDER SUDDEN HIGH TARIFFS ON STEEL FROM REPUBLIC OF KOREA, 한국 철강에 대한 갑작스러운 고율 관세에 신중한 재검토를 부탁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버지니아한인회 관계자들도 철강관세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영문과 한글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돌았다.

포항시 대표단은 이날 워싱턴에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미지역본부와 세계적 정책자문사 DGA그룹을 잇달아 방문하며 한국 철강산업 현실을 설명하고 관세 완화 필요성을 알렸다.

이 시장은 이금하 무역투자진흥공사 북미지역본부장과 만나 "한국 철강산업이 미국 시장에서 과도한 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트라의 세계적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 우수 기업이 판로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DGA그룹 본사에서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에 대통령 입법담당 보좌관을 지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참여한 저스틴 매카시, 패트릭 케이시 대정부 관계 담당 파트너와도 면담했다.

이 시장은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임에도 철강산업 분야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매카시 파트너는 "한국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 있어 필수 동반자로 한국 철강산업 역시 미국 성장과 고용에 이바지해왔다"며 "DGA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적극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 고율 관세로 업황이 점차 악화하는 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먼저 올해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이를 50%로 인상해 관세 장벽을 크게 높인 상태다.

이같은 조치는 즉각 국내 철강업계에 타격이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로, 전년 동기(3억8255만달러) 대비 25.9%나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2023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데다 수출액 기준으로도 2021년 3월 이후 4년 4개월만에 최저치다.

또 물량 기준으로 보면 7월 대미 철강 수출은 총 19만4000t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3%가 줄었다. 이 같은 수출량도 2023년 1월(17만4000t)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양이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달 18일부터는 50% 품목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확대하면서 철강 기업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8일부터 냉장고, 변압기, 트랙터, 엘리베이터, 전선·케이블 등 철강·알루미늄이 들어가는 제품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함량분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는 중이다. 이 함량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적용하는데,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15%로 협의가 이뤄진 상태나 본격적인 시행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25%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미 고율 관세와 관련해 "대미 철강 수출의 비중이 높고 현지 생산설비가 부재한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하방 압력이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철강 1,2위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하는 등 미국 관세 대응에 나섰지만 상업 생산 개시 목표 시점이 2029년이기에 향후 4~5년간은 수출·관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포항시는 지난달 28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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