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차익실현 없어…기회비용 누적
배당수령액 438억, 이자비용 1272억원
이자발생부채 3조원 초과해도 주식 현금화는 불투명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가치가 크게 올랐지만 13년째 차익실현은 한번도 없었다. KCC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가치가 크게 올랐지만 13년째 차익실현은 한번도 없었다. KCC

KCC는 삼성물산 보유 지분가치가 올들어 폭등했지만 13년째 차익실현이 없어 기회비용이 쌓이고 있다. KCC가 주가 상승으로 인한 평가이익을 현금화하지 못한 가운데 삼성물산으로부터 배당수익보다 이자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효용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올 들어 자사주 소각을 진행해 반기말 KCC 보유 지분은 10.01%(연초 9.57%)가 됐다. 공정가치측정 장부가는 반기말 2조7453억원이다. 2012년 1월27일 최초 취득가 1조811억원보다 2.5배 이상 올랐다. 수익률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연 12.8% 수준이다. 하지만 KCC는 취득 후 한번도 주식을 팔지 않아 수익률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대신 삼성물산으로부터 수령하는 배당수익이 있다. 작년 삼성물산이 지급한 총 배당액 중 유통주식 수(자사주 제외) 대비 KCC 보유 주식 지분율 10.49%를 대입하면 438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계산된다. 원금 1조원 대비 4.38%대 배당수익률이다.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보단 높지만 1조원 규모 회사채 금리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다. 통상 1조원을 영업 투자금으로 쓴다면 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게다가 2024년 연간 이자비용은 1272억원(이하 별도 기준)이었다. 이자발생부채가 3조1311억원으로 이 중 투자 원금 1조원을 제하면 이자비용 406억원을 줄일 수 있다. 늘어난 장부가치 2조7453억원만큼 이자발생부채를 상환하면 이자비용은 1115억원까지 감소(이자비용 잔액 157억원)한다. 연간 배당수령금(438억원)보다 이자비용 절감 효과(1115억원)가 훨씬 더 큰 것이다. KCC의 이자발생부채는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나 작년 처음 3조원대로 불어나는 등 재무부담도 커진 상태다.

그럼에도 KCC는 주식을 한번도 처분하지 않아 매년 이자비용을 과다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지분은 삼성물산 합병 당시 자사주 처분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당시 엘리엇 등의 반대편에서 삼성 우호주 역할을 했다.

현재 삼성물산 특수관계인 주식과 KCC 보유 주식, 자사주를 합산하면 50%를 조금 넘는다. 만약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이 통과되면 지분은 절반에 못 미치게 되고, KCC가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36.02%까지 축소돼 삼성그룹 지배기업인 삼성물산 지배력이 약화된다. KCC가 삼성물산을 장기 보유하면서 장부가가 더 오를 수도 있지만 투자회수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은 영업에서 남는 유휴 자금으로 주식 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는데 부채가 주식 투자 원금보다 훨씬 크다”며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물산 주식을 공정가치 측정해 매번 실적에 반영하고 있지만 비영업자산의 평가손익이 출렁이는 것일 뿐 본질가치엔 큰 의미가 없다”며 “영업자산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주식에 묶여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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