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구금된 가운데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기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구금된 가운데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기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이 합작 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이 벌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과 외교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지난 4일(현지시간) 공사 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인력을 색출한 결과, 한국 국적 인력을 포함해 300여명을 구금했다.

구금된 인원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 소속 한국인 직원 46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총 47명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HL-GA 합작법인 공사에 투입된 한국·현지 협력업체 인력 250여명이 추가로 연행됐다. 현대차그룹 소속 인력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구금된 LG와 협력사 직원들의 조기 석방이 최우선”이라며 “정부와 협력해 안전한 복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 계획이나 구금자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외교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 정부는 구금된 인원 가운데 한국 국적자가 다수 포함된 점을 확인하고 주미대사관 및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을 중심으로 긴급 협상에 돌입했다. 특히 면회 및 연락 허용, 의약품 전달 등 구금자 인권 보호를 위한 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번 단속은 ICE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서도 확인됐다. 이민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 고용과 연방 범죄에 대응하는 합동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반이민 정서와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 기조 속에서,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현장이 직접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정치권도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기업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사 인력이 법 절차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률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미국 내 대규모 투자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0조원 이상이 투입된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합작 공장 프로젝트 가운데, 인력 관리와 법적 리스크가 산업 경쟁력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글로벌 인력 수급난 속에서 외국인 인력 고용 문제는 지속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고용 문제는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한미 간 투자 신뢰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외교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리스크가 아니라, 양국 경제 협력의 안정성을 시험하는 문제라는 해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력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협력사 관리 강화, 합법적 고용 절차 준수, 비상 대응 프로세스 확립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을 책임지는 핵심 생산기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법률·외교적 안전망 마련이 요구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지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구금된 직원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법체류 단속을 넘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 전략과 한미 경제동맹의 내구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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