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은 상장사 최하위 수준
현금성자산은 반기말 되레 늘어나
매출 감소해 현금흐름 개선, 투자비 절감 요인

롯데케미칼은 실적과 다르게 현금흐름이 개선됐다. 사진은 회사 석유화학 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실적과 다르게 현금흐름이 개선됐다. 사진은 회사 석유화학 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지만 보유 현금은 늘어났다.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단기적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은 상반기 누적 연결 기준으로 상장사 최하위 수준까지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삼성SDI(8319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둘째로 영업손실(3371억원)이 컸다. 반기 누적 순이익은 7176억원 순손실로, 상장사 중 최하위였다.

회사의 신용도가 하락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이자비용은 예상보다 선방했다.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2960억원인데, 전년 동기 3105억원보다 줄었다. 적격자산 원가에 포함된 이자비용(자산 취득 비용, 자본으로 인식)을 차감한 금융원가는 1775억원으로, 역시 전년(2086억원)보다 줄었다.

이는 롯데케미칼이 감산과 설비 정지 등을 통해 석유화학 불황에 대응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로 보인다. 투자비를 줄임으로써 차입도 줄여 이자비용을 최소화했다. 반기말 유형자산은 15조6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16조845억원보다 4059억원 감소했다. 이에 상반기 유형자산 재투자비용은 9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176억원에서 3800억원 줄였다.

재투자비용을 조달할 순이익이 없어 차입은 늘렸다. 상반기 차입은 3조7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8440억원에서 8661억원 증가했다. 대신 차입금 상환을 3조3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747억원보다 1조6655억원이나 늘렸다.

이런 재무방어 노력을 배경으로 대규모 적자에도 기말 현금성자산은 늘어났다. 재투자비용을 아끼고 이자비용이 큰 차입을 줄여 현금흐름을 방어한 측면이 있다. 반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2346억원으로, 연초 2조1118억원보다 늘어나 있다. 전년 동기말 2조6359억원보다도 크다. 순손실이 늘어났는데도 현금은 불어난 기현상이다.

그럼에도 재무상태가 양호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현금흐름이 좋아 보이는 데는 감가상각비 몫이 컸다. 매출원가에 잡히는 감가상각비가 크면 실적은 감소하지만 실제론 현금 유출이 없어 현금흐름에 가산된다. 상반기 감가상각비는 4655억원으로 전년(487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매출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에 감가상각비 비중은 커졌다.

무엇보다 매출이 줄어들어 단기적으로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도 감소하며 현금이 유입된 효과가 있다. 매출은 상반기 누적 8조9870억원이다. 전년동기 10조225억원보다 1조355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의 경우 매출채권도 감소해 현금흐름이 개선(재고자산은 현금흐름상 순유출)됐다. 이 가운데 매입채무는 전년 수준과 비슷했는데 현금흐름상으로는 운전자본이 2088억원 늘어난 것으로 계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상 순유입이 증가할 수 있지만 적자가 계속된다면 흐름이 꺾이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돌입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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