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SL 인증서 유출 이어 소액결제 피해까지 '첩첩산중'
노사 갈등 격화 전망…새노조 "김영섭 책임지고 물러나야"

KT 광화문 사옥. KT 제공
KT 광화문 사옥. KT 제공

KT가 김영섭 대표의 조직개편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KT새노조와 갈등을 빚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킹 의혹, 소액결제 피해 등 연이어 통신 분야 보안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앞서 KT가 경쟁사인 SK텔레콤의 해킹 사태 당시 "KT로 옮기면 안전하다", "해킹으로 인생도 털릴 수 있다" 등 공포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는데, KT도 보안 이슈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 소액결제 피해 사태와 관련해 경찰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함께 문제를 들여다 볼 전망이다. 

이날 KT는 경기 광명시 일대에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KISA에 지난 8일 오후 7시 16분에 침해사고 신고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액결제 피해 고객에게 어떠한 금전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조치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결제 한도 하향 조정 등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의 자진신고로 과기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이 외에도 정보보호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자문단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KT 신고 전에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먼저 경기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 일대 KT 가입자 휴대전화에서 소액결제로 수십만원이 빠져나가는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KT 소액결제 피해 사례는 경기 광명경찰서에 61건, 성루 금천경찰서에 13건 등으로 모두 74건에 달한다. 피해금액은 각각 3800만원, 780만원 가량이다.

피해자는 모두 KT 가입자며 일부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이용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피해는 지난달 27일 접수됐고 마지막 피해 접수는 지난 5일로, 일주일이 넘게 피해 사례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피해가 모두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점, 일부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강제로 로그아웃되거나 본인인증 서비스인 패스 앱이 통제된 사례도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특히 KT는 최근 원격제어 서비스에 쓰이는 SSL 인증서와 개인키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로, 통신 보안 이슈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국 보안 전문지인 프랙이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알려진 것으로, 프랙은 북한 또는 중국 배후로 추정되는 해킹조직의 공격으로 LG유플러스와 KT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KT의 경우 KISA로부터 해킹 의심 관련을 통보 받은 뒤 원격상담시스템 구형 서버를 예정보다 20일 가량 앞당겨 폐기하면서 해킹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삭제된 서버는 가상 서버로 복구나 포렌식이 불가능하다"며 "과기부는 해킹뿐만 아니라 KT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KT 관계자는 연이어 발생한 문제들과 관련해 "관련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 통신분야 보안 이슈로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


이처럼 KT를 둘러싸고 통신분야 보안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KT와 노조와의 갈등도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KT의 소액결제 피해 사태를 놓고 KT 새노조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KT 새노조는 "KT 보안 체계의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통신사의 기본 책무를 방기한 명백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제의 뿌리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에 있지 않다"며 "김영섭 사장 체제에서 KT는 AI·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려한 구호 뒤에 통신사의 본질적 책무인 인프라와 보안을 뒷전으로 밀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인프라 인력 구조조정, 노동자 사망사고, 그리고 이번 해킹 사태까지 연달아 발생하며 국민과 노동자를 모두 위협하고 있다"며 "김영섭 사장은 국민 앞에 무너진 보안과 반복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에는 KT 새노조가 "구조조정이 강행된 지 불과 10개월 만에 벌써 여섯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며 "강압적 구조조정과 직장 내 괴롭힘이 빚어낸 명백한 사회적 참사"라고 비난하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KT는 김영섭 대표의 조직개편을 놓고 KT 새노조와 크게 갈등을 빚어왔다. 

김영섭 대표는 AI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2800명의 희망퇴직과 1700명의 신설 자회사 전출을 실시했다. 

이를 두고 KT 새노조는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조조정 당시 희망퇴직이나 자회사로의 전출을 희망하지 않은 인원들은 토탈영업TF로 옮겨졌는데, 영업업무를 해보지 않았던 직원들이 강제로 영업업무를 맡게 된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KT 새노조는 "KT영업 조직이 고객 및 상품 특성에 맞게 전문화되어 있던 것과 달리 토탈영업TF는 KT 대부분의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심지어 KT텔레캅 등 계열사 상품까지 판매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영업 활동에 필요한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줄 세우기 등 실적 압박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에 따르면 토탈영업TF 직원의 75%가 불안감, 스트레스, 우을감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응답했다"며 "이는 다른 부서 직원들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노동환경 변화가 과도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자회사 신설도 문제가 되고있다. 기존 통신분야 직원들 대다수가 자회사 전출을 희망하지 않았는데, KT가 신설 자회사를 만들어 낮은 급여의 기술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통신 인프라 비용 절감을 꾀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현재 KT의 통신 인프라 분야 인력은 2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KT새노조는 "준비도 안된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자회사는 여전히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생을 마감한 KT의 여섯 번째 노동자는 신설 자회사의 50대 전출자다.

통신 분야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는 반면 김영섭 대표가 자신있게 내건 AI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노사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KT는 앞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AI 국가대표 최종 기업 5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T 새노조는 "김영섭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취임 후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외치며 본업인 통신사업을 사실상 외주화하고 무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결과는 국가 과제 탈락"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회 과방위가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대표를 소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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