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춤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는 이달 말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가 예정된데 따라 미국 소비자들이 '패닉 바잉(공포 구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면서 다음 달부터는 전기차 시장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8월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2만821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살펴보면 현대차는 67.9% 증가한 1만9021대, 기아는 3.7% 감소한 9198대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상황과는 다소 대비되는 흐름이다.
현대차·기아가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만45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0%나 감소했다. 미국 내 전기차 총 판매량이 5.2%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역성장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2위(11.0%)였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올해 상반기에는 3위(7.6%)로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3분기 시작점인 7,8월에는 반등이 이뤄졌다. 현대차·기아가 하반기 들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반등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오는 30일 폐지되는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가 꼽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감세법을 통과시키면서 전기차 7500달러의 인센티브를 폐지했는데, 이 조치가 현실화하기 전에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서둘렀다는 의미다.
현지 자동차 딜러들도 큰 폭의 할인 판매에 나서면서 그동안 전기차 구매를 망설여왔던 소비자들이 구매 행렬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딜러들은 오는 30일 만기를 앞두고 서두르는 구매자들 덕분에 견조한 3분기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센티브 폐지 후인 다음 달부터는 전기차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과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판매량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덩컨 알드레드 북미GM(제너럴모터스) 사장은 최근 8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음 분기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고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면서 "당분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내 전기차 세액 공제가 종료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매출 19억5508만달러·약 2조7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전동화 전략을 큰 틀에서 유지하되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는 지난 1~8월 미국 판매량이 47.9% 증가한 19만8807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 체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여는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정된 전기차 판매 목표와 전략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