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북미지역 중심 투자 집중...글로벌 시장 성장 지속 기대”
글로벌 민간 자산운용사인 누빈은 “향후 한국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섹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 부동산 신축 비용 상승, 기존 자산이 상대적 우위
10일 누빈자산운용은 서울 여의도 콘레드호텔에서 ‘2025 글로벌 실물자산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시장에서의 관련 투자 기회에 대한 누빈의 입장”에 대해 질문했다.
비프 오르소 누빈-인프라스트럭처 글로벌 대표는 “아직까지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로 북미지역에 집중하는 게 현실”이라며 “북미는 클라우드와 AI 학습·추론(CoT) 수요가 가장 깊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르소 대표는 “다만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클라우드·AI 수요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한국 데이터센터 매수에 소극적이지만, 여건이 맞으면 매물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누빈의 경우 전 세계 인프라 자산을 약 350억 달러 규모로 운용한다”며 “프라이빗에쿼티, 프라이빗크레딧, 상장 인프라까지 전 영역을 다룬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이빗크레딧에서는 투자등급 프로젝트파이낸스부터 직접 대출, 하이일드, 메자닌까지 자본구조 전반을 활용한다”며 “에너지 인프라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인프라 부문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라이빗에쿼티 인프라에서 운용자산은 70억 달러에 못 미치고, 상장 인프라 팀은 40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친다”며 “전체로 보면 누빈은 글로벌 ‘톱 20’ 인프라 운용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르소 대표는 “교통·물류 인프라, 에너지 전환과 전력, 디지털 인프라, 환경·사회 인프라 등 핵심 섹터에 골고루 분산한다”며 “도로·교량·공항·철도·항만, 태양광·풍력과 송전·그리드, 데이터센터·광섬유·연결망·셀타워 등이 대표적인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트폴리오회사 지분, 개발 플랫폼, 개별 자산 직접 투자, 그리고 공공·민간협력(PPP) 등 다양한 접근법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5~2026년을 바라보며 순풍과 역풍을 함께 보고 있다”며 “특히 AI가 만들어내는 수요와 디지털 인프라 기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장기 테마에 맞춰 투자를 정렬하되, 신규 투자에서는 변화하는 환경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재호 누빈-한국기관대표 전무는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에 간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섹터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채드 필립스 누빈-리얼에스테이트 글로벌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주식 60%·채권 30%·사모부동산 10% 비중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부동산 비중이 줄었을 것”이라며 “주식은 많이 올랐고 사모부동산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 하락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서부 오피스는 절반 넘게 떨어진 사례도 있었지만 한국 오피스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며 “최근 세 분기 연속 수익이 플러스로 돌아서며 안정화 신호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몇 년 공급은 장기 평균 대비 뚜렷하게 낮다”며 “신규 경쟁이 줄면 임대료 인상 여지가 커지고, 레버리지·임차인 협상에서도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와 비용 측면의 거시 환경도 신축을 어렵게 만든다”며 “미국에선 인건비가 비싸지고, 이민 규제 강화 논의까지 겹치며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 결국 ‘기존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빈에서 집중하는 ‘필수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실주거, 개방형 근린형 리테일, 헬스케어, 경공업 등”이라며 “경제 사이클 전반에서 수요가 견조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조정은 이미 진행됐고, 공급은 낮고, 수요는 본질적으로 탄탄하다”며 “이 세 가지가 다음 사이클의 모멘텀”이라고 덧붙였다.
◇ “관세 충격은 지연됐을 뿐…부동산은 가치 재조정 끝나”
애비게일 딘 누빈-리얼에셋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현재 유효 관세율이 100년 만의 고점 수준(15%대)에 이르렀다”며 “다만 미국에서는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재정 부양이 관세의 부정적 파급을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충격이 ‘지연된 것인지, 회피된 것인지’를 점검하고 있다”며 “관세가 경제 전반으로 파고들면 미국 물가가 ‘약 3%’까지 위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세가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재원’ 성격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딘 책임자는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부담, 유럽의 성장 개선 기대가 겹치면서 전술적 차원에서 ‘미국 비중 축소’ 논의가 있지만, 미국의 기초체력 자체를 흔들 수준은 아니다”라며 “2026년을 바라보면 연준은 재차 인하 국면, 일본은행은 긴축으로 갈라질 수 있고, 지역별로 관세발 물가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대해선 “독일의 재정 부양이 판을 바꾸는 요인이며, 미국발 관세의 성장 둔화 압력은 인프라·국방 지출이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부동산은 이미 ‘가치 재조정’을 거쳤다”며 “안정적 임대수입 덕에 글로벌 평균 가치가 두 분기 연속 반등했고, 총수익도 네 분기 연속 플러스”라고 말했다. 이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부동산 지수 기준 21개국이 모두 1분기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고, 국가×섹터 50개 조합 중 ‘일본 오피스’와 ‘한국 산업’ 두 곳만 예외였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요인과 관련해선 “부동산의 3대 위험은 가치 하락·공급 과잉·수요 소실인데, 2022~2024년 조정으로 앞의 두 가지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수요 위험은 섹터·자산 선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개방형 부동산펀드 역사에서 세 차례의 주기마다 12년+ 사이클이 반복됐고, 2년간 약 25% 하락 뒤 ‘두 분기 연속 플러스’는 통상 다음 사이클의 신호였다”고 덧붙였다.
실물자산의 포트폴리오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실물자산 편입은 ‘수익률 상승·변동성 하락’ 효과를 보여왔다”며 “특히 농지·산림(내추럴 캐피털)은 전통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쇼크 흡수장치’로 기능하고, 식료·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강한 인플레이션 헤지”라고 말했다. 인프라에 대해서는 “디지털 인프라·데이터센터 수요가 AI 확대로 커지고, 에너지 수요도 동반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딘 책임자는 “AI와 기술 혁신, 불평등 심화와 생활비 부담, 저탄소 전환은 지난 10년간 더 빨라졌다.” 반면 “세계화는 보호무역 확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는 투자자들의 순제로(넷제로) 수요, 전력망의 탈탄소화 수준, 공급망과 건설비, 조명·태양광·냉난방 최적화·히트펌프 같은 설비 비용, 규제 강도, 임차인 수요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은 중립권에 가까워졌으며, 아시아·태평양은 투자와 임차 수요, 관련 규제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전 세계 800개 기관을 조사해 보면 순제로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비중은 지역별 격차가 크다”며 “유럽·아시아는 높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덧붙였다.
이어 “건물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림 관리 로봇을 활용해 산불 위험을 낮추고, 기존 방식보다 속도는 10배 빠르고 비용은 60%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주차 시설에 대해서는 “운영 자동화 솔루션으로 운영비를 30% 줄이고, 수익은 10~30% 개선되는 성과가 확인됐다”며 “이런 기술에 직접 투자했고, 보유 자산에도 실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M) 7’의 주가 자체가 ‘시장이 AI의 변화를 신뢰한다’는 신호”라며 “실물자산의 혁신과 생산성 개선은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