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율 관세 여파 이어 EU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이중고'
K철강, 정부 지원 및 주택공급계획 등 예의주시…수익성 확보 집중

포스코 포항제철소. 연합뉴스
포스코 포항제철소. 연합뉴스

철강업계가 미국 고율 관세 여파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에서도 철강과 관련해 품목별 관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이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인데다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을 통한 건설경기 회복 등이 기대되면서 회복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수입과 미국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에 직면하자 미국처럼 품목별 관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 티센크루프의 일제 헤네 감독위원회 의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호 조치가 없다면 철강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EU도 철강에 대한 품목별 관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에 진입하지 못한 외국산 철강 제품이 대거 유럽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철강협회 역시 필수 제품에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되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물량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를 포함한 11개 회원국은 초과 수입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공동 제안도 제시한 상태다.

이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철강을 포함한 중공업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삼고 이달 중 새로운 보호조치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철강을 대상으로 한 무역장벽을 내걸 조짐을 보이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기존에 EU에서 시행 중인 '세이프가드' 제도로 쿼터가 정해져있긴 하나 유럽으로 상당한 양을 수출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유럽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66억달러(9조원)다. 올해 7월까지는 25억달러(4조9000억원)을 수출한 상태다. 국내 철강기업 대표 주자인 포스코의 경우 올해 2분기 보고서에서 "수출 지역별로 동남아(21%)·일본(16%)·유럽(15%)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철강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진행되는 중으로, 이달 말 구조조정 방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철강기업을 대상으로 △무역보험 우대지원 강화 △물류·컨설팅·세제 지원 △철강·알루미늄·파생상품 특화지원 등을 강화하기로 하고 관세 피해기업을 위한 1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책정했다. 또 철강·알루미늄 업종에는 별도로 57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철강 산업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K-스틸법' 제정도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철강 기술 개발과 투자에 드는 보조금, 융자, 세금, 생산비용을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다만 해당 법안에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에 대한 주요 논의는 빠져있어 구조조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금 지원과 K-스틸법 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이 급증하면서 주요 철강기업들의 고정 에너지 비용 부담은 덩달아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전력·용수비로 3139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2606억원) 대비 20.5% 증가한 규모다. 현대제철 역시 같은 기간 5900억원에서 6211억원으로, 동국제강은 735억원에서 796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이 가운데 철강업계가 기대해보는 것은 정부의 새 주택공급계획이다. 철강 산업 불황의 주 원인이 건설경기 부진인데, 주택공급계획으로 건설경기가 회복되면 철강 산업도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종전 방식을 바꿔 민간 매각 공동주택용지를 LH가 직접 시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인허가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대규모 공급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책의 체감도 및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급 기준이 기존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변경됐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봉형강, 특히 철근의 수요 개선을 동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과 주택공급을 통한 건설경기 회복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각 사 만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최근 15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공모에서 2500억원을 최종 모집하는 성과를 거둬 자금을 확보한 상태며 포스코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HMM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반덤핑 제소를 강화하며 철강 가격 하락 방어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현대제철이 무역위원회에 제소했던 중국산 후판의 경우 지난달 28일 반덤핑이 최종 확정된 상태며 일본산·중국산 열연경판의 반덤핑 제소도 추가로 이뤄졌다.

또 세아베스틸은 지난달 중국산 특수강 봉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으며 동국제강은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준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 철강 산업 회복을 위해 나서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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