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eSSD 격차도 좁혀
CXL·HBM4 등 차세대 시장 선점 속도…업계 기대감 ↑

SK하이닉스 본사.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본사.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최근 가장 난항이었던 임단협도 순조롭게 매듭지은 가운데 D램 시장 점유율 1위, SSD 시장 점유율 2위 등 메모리 업계 주요 지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하며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AI 거품론'을 이겨내고 HBM(고대역폭메모리)로 순항을 이어갈 전망인 가운데 넥스트 HBM으로 불리는 CXL 제품군을 비롯해 최신식 장비 도입으로 6세대 HBM(HBM4) 시장 선점도 서두르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11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매출은 122억2600만달러로, 시장 점유율 39.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는 점유율 36.9%로 1위를 차지했는데, 2개 분기 내내 1위를 유지하면서 점유율도 2.6%p 상승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매출을 122억2900만 달러로 추산하면서 시장 점유율 38.7%로 1분기(36%)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1992년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한 이후 3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판매 호조가 이 같은 반전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 반등은 가격이 아니라 수요가 주도했다"며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매출 성장을 증대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매출은 39조8711억원, 영업이익은 16조6534억원이다.

아울러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기업용 SSD(eSSD)의 매출도 크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기업용 SSD 매출은 14억6100만달러(약 2조원)으로, 1분기 대비 47.1%나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도 26.7%로 5.9%p 증가했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에 대한) 북미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의 주문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1분기 18.8%p에서 2분기 7.9%p로 대폭 줄였다.

물론 호실적 속에서도 위기의 순간이 닥치기도 했다. 노사간 성과급 지급 문제로 큰 갈등을 빚으면서 파업 위기까지 불거진 것이다. 다행히 지난 4일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안을 최종 타결하면서 SK하이닉스의 노사 갈등은 원만하게 종결됐다.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첨단 장비 도입을 반대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중국에서 3개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가 또 한 차례 주춤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다시 반출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시름 덜은 상태다. 매년 별도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초미세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하이 NA EUV(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했다. 

하이 NA EUV는 현존하는 노광 설비 중 가장 많은 회로를 촘촘히 그릴 수 있는 장비로, 그동안 인텔·TSMC·삼성전자 등이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칩 구현에 주로 활용됐는데,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 접목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인텔과 삼성전자가 도입한 하이 NA EUV 모델보다 더 신식인 후속 모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업계에서 양산용 하이 NA EUV 장비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기존 EUV 공정을 단순화하고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제품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장비는 대당 5000~6000여 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BM4부터는 베이스다이가 로직다이로 전환됨에 따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넥스트 HBM으로 꼽히는 CXL D램 기술 선점에도 속도를 내는 중으로, 최근 마벨의 CXL 제품군인 스트럭테라와 D램 상호 운용성 테스트까지 마쳤다. 상호 검증 단계를 완료하면서 곧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에 향후 SK하이닉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확인되는 HBM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 HBM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가장 유리한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내년부터 시장이 본격 개화할 HBM4 역시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스피드 요구조건이 상향된 상황에서 TSMC의 R200 생산 일정을 고려할 때 당장 내년 1분기부터 HBM4 12단 제품 대량 공급이 가능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의 CS 완료 시점(11월 유력)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HBM4 예상 수요 약 80억 기가바이트(Gb) 중 SK하이닉스가 70% 수준인 57억 Gb 정도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ASIC(주문형반도체) 형태로 자체 AI칩 제조에 나서면서 HBM4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브로드컴의 경우 상반기 호실적에 이어 최근 내년 양산을 목표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자체 AI 칩 양산을 수주했는데, 해당 칩이 ASIC 형태로 오픈AI의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HBM4가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픈AI의 참전으로 ASIC 시장 성장이 가속화 됐다"며 ASIC 업계의 경우 자사 반도체 성능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레퍼런스가 가장 우수한 SK하이닉스 제품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ASIC 수요 성장에 SK하이닉스의 동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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